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자매 Jul 30. 2024

늦은 사과

교회 선생님을 놀린 적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당시 스물세 살은 굉장한 어른이었다. 나에겐 그랬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아침부터 선생님을 놀렸다.

내용인즉슨, 왜 결혼 안 하세요.


착하신 선생님은 처음에는 웃으면 받아주셨다가 반복적이고 예의 없는 내 행동에 굉장히 화를 내셨다.


그날은 내가 아닌 것만 같다.

작정이라도 했는지 놀림을 멈출 줄 몰랐고 너무도 지나쳤다. 화를 내시는 게 너무 당연했다.


그렇게 혼이 나서야 나는 놀림을 중단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린 서로 어색해졌다. 나는 예의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부끄러웠고 전처럼 옆에 앉아 대화하지 못했다. 어느새 서로의 눈치만 보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선생님의 주변만 맴돌았지 사과를 끝내 드리지 못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나오지 않으셨고 뒤늦게 결혼을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선생님보다 나이가 아홉 살 많은 분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그게 나 때문인 것만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어린 마음에 나 때문에 서둘러 결혼하느라 나이 많은 분과 결혼했나 싶었다. 내가 놀려서 서두른 결혼이라는 생각에 내가 하지 못한 그 사과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나의 시간이,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리들의 시간을 알았더라면 나는 주저 없이 사과했겠지.


참 예쁘고 착했던 나의 선생님, 이제는 사과가 아닌 선생님의 행복을 저는 바라고 또 바랍니다.


선생님은 아셨을 것 같아요. 제가 눈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는 것을 말이에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선생님.




매거진의 이전글 리퍼샵에 갔다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