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홍보 책자에서 아빠를 발견한 적이 있다.
사실 아빠가 나온 줄도 몰랐는데 당신이 나온 걸 아신 아빠가
책자를 집에 가져다 놓으셨다.
막상 가져왔을 때는 보지 않다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정말 우연히 아빠를 보게 되었다.
아빠 사진과 아빠의 인터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빠 이름 옆에 적힌 네 글자가 가장 먼저 보였다.
할아버지, 딱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적혔나 찾아보았다.
이름 옆에 농업, 공무원 등등이 적혀 있었다.
우리 아빠는 할아버지 외에는 적힐 것이 없었나 싶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뭐지? 왜 기분이 좋지 않은 걸까.
정작 당사자인 아빠는 당신이 나온 것을 너무도 좋아하셨는데.
나는 그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빠를 이렇게 기록했다는 것이 불쾌하기도 했다.
묻고 싶었다.
후일 당신의 이름 옆에 지금 이 호칭을 기록한다면 어떠냐 묻고 싶었다.
그렇게 묻고 나니 나 스스로에게도 반성이 되더라.
나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나는 모르니까.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나이, 직업, 지역 이런 것들로 가두는 것이 나는 싫다.
언제쯤이면 달라질까, 아니 달라지기는 하려나.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이 사소한 일에 불쾌감을 지우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를 쓱쓱 지워버리고 아빠 이름 옆에 적어본다.
미소가 빛나는 나의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