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쩔 수 없이 버릇없는 아이를 만나면 부모 탓부터 하게 된다.
대학에 다닐 때 분식집에서 알바를 했었다.
젊은 사장부부가 주인이었고 부부에게는 여섯 살 정도의 딸아이와 돌이 갓 지난 사내아이가 있었다.
남자 사장님이 주로 가게를 보셨고 여자 사장님은 육아 때문에 자주 오지는 못했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점심을 먹으러 올 때가 있었다.
사실 난 사모님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장님 딸이 달갑지 않았어.
내가 테이블을 치우는 사이 손님이 들어오면 나 들으라고 말한다.
“손님.”
그 짤막한 말이 듣기 싫어 나는 손님이 들어오는 낌새가 보이면
큰 소리로 외쳤다.
“어서 오세요!”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손님을 응대하거나 테이블을 치우다 보면 들어오는 손님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럼 여지없이 내 옆으로 와서는 들리는 그 소리.
“손님.”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른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는지 그 조그마한 아이가 뒷짐을 지고 서서는 마치 나를 훈계하듯이, 감시를 받는 느낌이었다.
너 잘하나 내가 보고 있다는, 그 작은 아이에게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불쾌함 이상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그 아이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 아이의 눈빛만은 잊을 수가 없다.
정면을 응시하지만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시야 안에 나를 보고 있다 느끼게 하는 아이의 시선이 나는 너무 싫었다.
뭐가 그리 싫었을까.
사장 딸이라서 싫었나.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 표정이 싫었을까.
겨우 여섯 살이었는데 나는 왜 그토록 미워했을까.
여섯 살 아이도 그토록 미워할 만큼 내 마음이 그토록 각박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