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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Sep 24. 2024

엄마의 계절

지금은 주택에 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에는 엄마가 딴 은행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은행을 따서 엄마는 또 누가 행여 훔쳐 갈까 싶어(누가 훔쳐가, 그 냄새나는 걸)


봉지에 싸서 아파트로 싣고 올라갔더랬지.


그런데 아주 잘 익은 은행에서 즙이 떨어졌는가 보다.


그게 엘리베이터 바닥에 떨어졌고 아파트가 난리가 났었다.


그 지독한 냄새를 처음 맡았던 입주민께서 관리사무실에 민원을 넣으셨고


엄마 말씀으로는 이렇게 방송을 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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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


20*동 엘리베이터에 개 오줌을 치우지 않으신 분은


신속히 청소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수습을 하지 않으시면 cctv를 찾아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니


서둘러 치워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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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송 듣자마자 엄마는 느낌이 왔다고.


이건 내가 흘린 은행 국물이구나!


그래서 서둘러 청소 도구를 들고 가서


방 닦듯이 꼼꼼하게 걸레질로 마무리하고 왔다고 하셨다.


그날 우리 자매들이 엄마한테 잔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우리 때문에 입주민들과 그리고 애견 키우시는 분들까지 피해를 본 격이라고


절대로 은행 딴 걸 들고 아파트로 절대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는 매년 은행을 주우시거든.


그걸로 밭에 거름을 주신다.


그럼 벌레도 꼬이지 않고 좋은 영양분이 된다며 가을마다 은행을 기다리신다.


엄마가 좋아하는 은행, 엄마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해요 엄마.


그거 냄새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앞으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저녁에 보니 엄마가 주워온 은행이 한가득이다.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집에 은행나무를 심어 드려야 하나.


그럼 열매 맺을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엄마를 위해 심어주고 싶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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