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속옷

by 윤자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외할머니와 함께 작은댁으로 들어가셨다 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작은어머니를 드렸고


필요한 돈을 타다 쓰셨다고.


엄마 성격에(나도 그 성격을 닮았지) 아쉬운 소리는 못하시니


사고 싶은 게 있어도 말을 못 했다고.


우리가 가끔 예쁜 속옷을 사면


엄마는 자신의 아가씨 시절, 브라 하나를 제대로 사지 못했다고 한다.


작은댁에 얹혀사는 입장에서 뭐 하나 편히 사질 못했다고.


작은댁 언니들이 입던 브라를 그냥 남는 거 하나씩 입으셨다고 한다.


얼마 전, 속옷 세일 기간이라 사는 김에 동생 속옷도 샀다.


엄마가 보시더니 처음으로 나도 하나 사줘, 하셨다.


그러겠다 하며 동생이 산 속옷을 사이즈 확인할 겸 입어보자 했는데


엄마에게 딱 맞았다.


화려한 레이스와 브라 중앙에 있는 리본을 보시더니


소녀처럼 좋아하던 엄마.


그런 엄마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아무 무늬도 없는, 색상도 두 가지 종류밖에 없는,


그런 브라를 엄마가 편해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엄마도 좋아하는데 그냥 저렴한 걸 사신 거였어.


새로 산 속옷 2개를 드리자 예쁘다고 좋아하신다.


또 한 번 느낀다.


내가 얼마나 엄마에게 무관심하고


엄마는 그래도 된다 생각했던 그 이기적인 마음을.


엄마라서 되는 게 아니라


엄마라서 더 안 되는 거라 생각하려고.


엄마니까, 우리 엄마니까 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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