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문화’에 집중하여라!
우리가 살면서 가장 현혹되기 쉬운 것이 부(富), 자리나 지위(권력), 온갖 자랑거리 등이다. 몸과 마음이 나른하다가도 이런 주제의 얘기만 나오면 금방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주제인 것이다. 반면 이런 현혹들에 의해 희생되어 자기의 소중한 삶이 내팽개쳐진 사람들도 많다.
조금 크게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은 황홀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 영화나 기쁨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다소 긴 안목에서는 돈이나 자리, 권력 등은 있다가도 금방 없어지기도 한다. 사람의 심리구조상, 이런 것들이 풍족한 시간은 짧고, 부족한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마음 한편은 항상 부족해하거나, 허전해하고, 어떨 때는 허망해지기까지 한다.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힘없고 가난한 시절이었음에도, “오로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군사력도 경제력도 아니고,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힘주어 말하였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한 나라가 강한 군사력, 강한 경제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 그것이 그리 오래가는 예가 드물다. 그러나 문화(영화, 예술, 문학, 봉사, 스포츠맨십, 정신적 가치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는 좀 다르다.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고, 한 번 정착된 문화는 엄청나게 오랜 세월 구가가 가능하다. 우리가 프랑스 하면 예술(art)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가?, 영국 하면 신사문화가 바로 떠오르고, 일본 하면 예절이 떠오르고, 독일 하면 검소와 마이스터가 떠오르고, 중국 하면 중화사상, 요리문화 등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반면에 국가 성립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약 300년 내외) 같은 나라는 아무리 강대국이어도 어느 부분에 딱히 세계적 문화 이미지의 용어를 붙여주기에는 다소 어색한 편이다. 문화적 이미지가 만드는 가치는 이렇게 수십 년, 수백 년으로도 부족할 수가 있는 것이다.
김구(그림: openuiz.blogspot.com)
유대계 오스트리아인 카를 란트 슈타이너는 사람의 혈액형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에는 주로 동물의 피를 인간에게 수혈하거나, 사람 간의 수혈을 한다고 하여도, 혈액형의 구분 없이 무작정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술 도중 혹은 수술 후 사망하는 환자가 매우 많았었다. 카를은 대학 졸업 후 다른 동기들처럼 돈 잘 버는 임상의사로 진출하지 않고, 대학에서 무급 조교로 정진하면서 관심 분야인 혈청학을 계속 연구하였으며, 이후 병리해부학 교수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람의 혈액형을 A형/B형/C형(후에 O형으로 변경)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연구 성과를 내어놓은 것이다. 그 1년 뒤인 1902년에는 자신이 가르친 제자인 폰 드카스텔로와 스털리가 AB형라는 또 하나의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내게 되었다.
그가 혈액형 분류에 성공한 것은 치열한 관찰과 연구 덕분이었다. 그는 깨어있는 시간의 90% 이상을 연구를 위해 사용했으며, 34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가 부검한 사체만 해도 약 4천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는 연구를 거듭하여 나중에 Rh 혈액형(Rh+형/Rh-형)까지 발견해내게 되었다. 그의 혈액형 발견은 추정컨대 지금까지 약 10억 명 이상의 인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되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카를은 돈이나 영화를 쫓기보다 자신의 도전 분야(정신적 가치)에 몰두하여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많은 인류를 구원하게 된 것이다.
세기적 부자들도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지만, 항상 가슴속 어딘가에는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 오히려 막대한 세금이나, 상속문제, 친족 간 다툼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골머리를 앓는 사례도 대단히 많다.
또한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어도, 쫓겨나거나, 아프거나, 퇴임하면 누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세상인심이다. 또한 그런 것들을 구가할 수 있는 기간 또한 매우 짧은 편이다. 그런 화려한 영화를 가질 수 있는 기간은 항상 매우 짧게 느껴지고, 못 가진 기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져 항상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격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 간의 자랑거리도 마찬가지이다. 자랑하고픈 큰 성취, 이를테면, 큰 상을 받았다느니, 매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였다느니, 자식이 엄청나게 잘 되었다느니 하는 많은 자랑을 늘어놓아도, 항상 돌아서면 허전한 법이다. 그리고 그런 자랑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큰 상을 받은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상에 담긴 의미와 활용이 중요한 것이며, 그간에 기울인 노력 자체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매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였다고 하여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그 합격으로 인하여 무엇을 이룰 수 있었는지 하는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할 것이다.
또 자식이 엄청나게 잘 되었다고 하면 당연히 기쁘겠지만, 그 잘된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언가 잘 된 후 나중에 보람 있는 일을 세상에 행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가령 자식이 유능한 인재로 발탁되어 장관이나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하여도 금방 낙마를 하거나 사회적·정치적으로 지탄을 받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자식이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였어도, 많은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하거나 법적으로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상만사가 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세상일은 잘 되다가도 갑자기 안 될 수도 있고, 잘 안되다가도 갑자기 잘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항상 겸손해야 하고, 좀 잘 되었다고 잘난 체하면 안 된다. 항상 봉사하고, 바닥의 사정이나 인심을 살피고, 시선은 항상 낮은 곳을 향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괜히 무한경쟁의 세태에 휘말리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고, 물질적인 영화의 허영을 극복하고, 마음만은 항상 풍족하고 여유 있는 태도와 모습을 지니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돈이나 자리, 지위(권력), 자랑거리 등은 있다가도 금방 없어지고, 없다가도 또 생길 기회가 많을 것이니, 여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오직 너의 마음이 향해야 할 곳은 너만의 높은 문화의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