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Ⅰ. 나는 왜 실패를 말하는가?
이 책은 성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에 대한 기록이다.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이 그 무게를 안다. 실패는 단순한 사업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뒤흔들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며, 정신을 무너뜨리는 강력한 충격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이런 물음에 답해주고 싶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실패를 피할 수 있는가?”
실패는 한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나는 직접 경험했다. 17년 동안 성공만을 경험하며 살다가, 단 몇 년 만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실패는 실패일 뿐이다.
이 책은 나의 실패를 기록함으로써, 앞으로의 나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졌다.
나는 17년 넘게 꽤 괜찮은 회사를 다녔다. 정년이 보장되고 억대 연봉을 받았다. 나의 30대와 40대 대부분을 그 회사에서 편안히 보냈다.
나는 스카이 석사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입사 후 1년 만에 신입사원에서 대리급으로 승진을 했다. 그 이후로도 승진연한이 되면 언제나 승진을 했다. 30대 후반에 발탁되어 아주 어린 나이에 팀장급으로 발탁되었다. 사업부서와 지원부서를 오가며 승승장구했다. 나를 예뻐해 주는 CEO와 임원들을 등에 업고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고 좌지우지했다.
비즈니스 감각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신사업을 만들고 추진하는 데 항상 앞줄에 있었다. 만년 적자 부서를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하면서 승승장구했다. 17년 동안 나는 실패를 몰랐고,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는 에이스였다.
안전하고 따뜻한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과신했다. 언젠가는 나도 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는 지방 한 도시에서 창업하여 꽤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후광 아래 고생을 모르고 부잣집 아들로 살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나도 사업을 해야 하고 사업가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2021년 여름, 나는 모든 걸 던지고 17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떠났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내 발로 걷어찼다. 그런 보장된 기회는 나의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나의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안전장치가 없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자신이 있었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마음속으로는 나는 이미 성공해 있었다. 어깨에도 뽕이 들어갔다.
IMF 이후 우리는 항상 불경기라고 했다. 그래도 2021년은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던 시기였다. 내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중에는 대학을 다니며 스타트업 창업 후 엑시트를 했다. 큰돈을 벌었고 유명해졌다. 함께한 친구들도 부자가 되었다. 그 시절에는 흔히 듣는 얘기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사업을 한 친구들과 함께 금융업에 종사하는 지인들, 가업을 물려받아 돈 좀 있는 친구들 여기저기 나름 잘 나가는 친구들, 지인들이 내 옆에는 많았다. 그들도 거의 모두도 나에게 말했다. “너는 사업하면 성공할 거야! 사업가 스타일이야!”라고,
안전하고 따뜻한 안방 아랫목이었다. 칼바람이 부는 바깥을 몰랐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024년 여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나는 망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직원들은 모두 떠났고, 매출을 잘 나가던 시절의 1% 수준이었다. 현금이 막히면서 수많은 거래처들의 미지급금이 쌓이게 되고, 매일 수십 통의 미지급금 독촉 전화를 받았다.
수없이 많은 거래처로부터 대금지급 독촉 전화를 받았다.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욕을 들었고, 경찰조사도 받았고, 법정에 서기도 했다. 법원으로부터 수십 장의 지급명령 서류, 압류, 추심 우편물이 집으로 배송되었다. 구치소에 갈 위기도 있었다.
크고 적은 금액을 지급하지 못한 거래처, 나로 인해 사업이 힘들게 된 거래처들을 생각할 때 끝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돈, 가족, 친구, 네트워크, 그리고 나 자신까지.
모든 것이 망하고 사라졌지만 내가 운영하던 커머스 플랫폼은 당시로서는 아주 새로운 거래방식, 마케팅, 포인트 적립을 지향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니던 회사를 나오기 위해 준비하던 시기에 우연히 그 업계의 나름 잘 알려진 젊은 사업가를 소개받았다. 단순한 프로젝트를 통해 몇 번 만나던 중에 그는 나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본인은 그 업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나의 사업기획력과 마케팅, 자금 유치 역량을 합쳐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나름 신선하고 괜찮은 제안이었다. 나는 그의 제안에 대해 창업을 조언하던 친구들에게 설명했고 몇 번의 미팅을 통해 동업에 동의했다. 1년 이상 준비하던 나의 아이템을 버리고 창업하기 전에 피버팅을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정말 귀신에 홀린 듯 그 시간이 지나갔다. 사업과 시장에 대한 분석을 하긴 했다고 하는데 사실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냥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과 흥분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동업을 하게 되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중간에 소개해준 지인의 말을 듣고… 동업을 성사시켰던 그 지인조차 나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든 실패는 시작부터 시작되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자주 미팅을 하고 아이템과 고객을 타게팅하고 커머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돈이 들이 않는 데모 버전을 통해 시장과 고객을 테스트해 보라는 전문가와 업계 조언을 뿌리치고 나는 내 스타일 대로 즉시 개발에 착수했다.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훌륭한 CTO도 영입했다. 스톡옵션을 포함 통 큰 제안을 했다. 필요한 직원들도 채용했다. 사무실도 구하고 인테리어 공사에 필요한 장비 등도 갖췄다.
회사를 나오고 불과 6개월 만에 나는 플랫폼 개발과 핵심 거래처 30여 곳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론칭했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나를 포함한 동업자 직원들 한껏 고무되었다. 곧 성공이 다가올 것처럼.
그리고 6개월 나는 빠르게 성장했다. 밤낮 가리지 않는 개발과 소싱 그리고 과감하고 새로운 마케팅을 통해 타 플랫폼이 수년간 만든 거래액 등의 지표를 나는 론칭 후 6개월 만에 만들 정도로 빨랐다. 회원수도 빠르게 늘어났고 MAU 30만, 월 거래액 5억을 달성했다. 여기저기 거래처에서 콜라보 제안이 왔고 유투버, 인플루언서 협업도 활발했다. 거래처 각종 행사에는 우리 플랫폼에 입점되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광고하고 있었다.
일본, 태국 등 해외에서도 현지 에이전시 계약을 하자고 제안이 오기도 했다. 나는 거절했다. 더 큰 그림을 그렸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형 사모펀드를 포함하여 다양한 투자기회도 있었다. 매출 없이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서 만 있는 시기부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중에도 투자자들의 연락이 왔다.
그렇게 단기간에 나는 빠르게 성장했다. 회사와 사업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창업자이자 오너이자 사장인 나 자신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두려웠다.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이어지는 글 목차들,,,
실패는 그저 나의 잘못이고, 나의 몫이다.
실패의 후유증
누구를 위한 글인가?
실패란 무엇인가?
실패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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