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했다, 실패 복기(復棋) #2

Ⅰ-Ⅱ. 나는 왜 실패를 말하는가?

by nofailer

復棋

실패 복기(復棋) 큰 목차들

Ⅰ. 나는 왜 실패를 말하는가?

Ⅱ. 실패란 무엇인가?

Ⅲ. 실패의 원인

Ⅳ. 실패했다고 포기하지는 마라



Ⅰ. 나는 왜 실패를 말하는가?



1-5. 실패는 그저 나의 잘못이고, 나의 몫이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흑자가 나는 단계는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적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었다. 커머스 플랫폼의 자금 회전 방식 자체가 소위 돌려 막는 구조이다. 이번 달 판매한 매출로 지난달 거래처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이전 보다 이번 달에 무조건 많이 팔아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는 커머스 플랫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달 판매한 매출로 지난달 대금을 지급해야 하니 지난달 보다 돈을 더 벌어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불법도 아니고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다. 지난해 보다 많이 벌어야 성장하고 직원 월급도 더 많이 주는 것이니까.

회사 통장에 넉넉함이란 없다. 매월 성장해야 한다. 전월 보다 더 큰 매출을 만들기 위해 더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비용은 늘고 할인은 더 쌓여간다. 인건비와 관리비도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는다. 흑자 구조가 아니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짐을 알고 나는 등에 식은땀이 흘렸다. 이런 구조를 바로잡는 묘안이 필요했다. 내가 누구인가! 만년 적자 사업도 1년 만에 흑자로 만들었던 수없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큰 회사의 사업부장일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나를 도와주는 지원부서도 없었고,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협력업체도 없었다. 나는 깨달았다. 만년 적자 부서의 흑자전환은 온전한 나의 힘과 능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판매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직원 월급을 주고,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고 월세를 내고 돈이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나는 당황하고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창업을 할 당시와는 달리 불과 1년 만에 투자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커머스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서 서울대 출신한테만 투자한다. 내가 실제로 대형 VC로부터 들은 얘기다.


나는 런웨이가 아니라 점점 비상 활주로를 달리고 있었다. 대책 없이


동업자와 몇몇 직원들은 매일 굳은 얼굴로 자신의 역할은 다 했으니 돈을 구해오라고 했다. 잠이 오질 않았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친구들 즉,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자도 했다. 내 개인이 끌어 올 수 있는 정상적인 돈은 모두 땡겼다. 그렇게 1년 이상을 버텼다. 매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구해서 넣었다.

하지만 한번 적자 구조에 빠진 사업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매출은 계속 성장했다. 빠르게. 적자도 계속 쌓여 갔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직원들 급여일이다. 아침까지 여기저기 돈을 구했지만 필요한 자금 모두를 구하지는 못했다. 처음으로 직원들 급여일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처음이니까' 하면서 받아들였다. 나는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다음 달도 또 그럴 것을. 처음으로 급여를 제대로 제때에 지급하지 못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동업자 공동대표가 있지만 모두 내 몫이었다. 나는 사무실을 아무 소리 없이 빠져나왔다. 하지만 처음이 힘들다고 했던가. 그다음 달부터는 루틴이 되었다. 이제 직원들이 먼저 급여받은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나도 적응해 갔다. 부끄러움과 비참함에도 적응해 갔다.

직원들 급여를 제때 못주는 지경이 되었으니 월세나 공과금은 당연하다. 문제는 거래처 판매 대금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업계에 소문이 날 것이고 거래처와 고객이탈로 이어진다. 한번 이탈이 시작되면 아마 거센 파도에 모든 것이 쓸려가듯이 쓸려나갈 것이 뻔했다. 하지만 돈이 없다. 더 이상 구할 곳이 없었다. 그렇게 거래처 대금 미 지급 상태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만에 해결이 되었다. 판매가 잘 되고 있어서 매일매일 입금 되는 매출로 지급하고 또 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더 이상 거짓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모든 거래처에 솔직하게 나의 상황을 얘기했다. 많은 거래처들은 우리가 그간에 만든 신뢰와 성과를 생각하며 기다려 주고, 이해해 주었다.

하지만 그런 이해와 기다림이 우리를 극적으로 회생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그렇게 또 시간은 흘렀다.


회생이 불가능 한 시점이 왔다. 동업자는 더 이상 자신들을 희생할 의사는 없었다. 직원들에 앞서 공동대표가 떠났다. 그리고 직원들도 모두 떠났다.


나는 홀로 남았다. 그리고 지키고자 했다.

나의 첫 번째 사업을.


하지만 나의 자의는 아니지만 나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망했다. 나는 실패했다. 나의 첫 번째 야생에서의 도전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 모든 실패의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시장이 나빴다고? 투자 환경이 어려웠다고? 동업자가 문제였다고?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과 결정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대기업에서의 성공이 내 실력이라고 착각했다. 성공한 사람들과 친분이 있고 어울렸다고 해서 나도 성공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 책은 성공하는 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나는 내 손으로 시작하고 일구어 성공한 것이 아직 없다. 이 글은 그저 실패를 기록하고, 그 원인을 되짚으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쓰였다.

나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른 누군가는 실패를 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6. 실패의 후유증


실패는 단순히 경제적인 파산이나 사업적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인생 최대의 사건이었다. 태풍이고 핵폭탄과 같은 것이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질 수 없게 되었을 때,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단순히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괴로운 것은 "내가 더 이상 가족을 책임질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이다.


집안의 경제가 무너지고,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나는 한없이 무력해졌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숱하게 울었다.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갉아먹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사업이 완전히 망하고 몇 개월이 지나면서 겨우 정신을 추슬렀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다. 내 주변의 관계도, 내 사회적 위치도 이미 무너져 있었다. 나에게 돈을 투자했던 가족, 친구, 지인들은 모두 나와 멀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나를 멀리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피했다. 그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돈을 잃게 만든 미안함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이제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껍데기가 되어버렸다는 현실이었다. 나는 한때 능력 있고 인정받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빈털터리 패배자가 되어버렸다. 그런 나를 그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연락 한 통조차도 먼저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회사를 다닐 때, 사업을 할 때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다. 아침부터 밤까지 약속과 회의가 빽빽이 차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 망한 후, 일정은 텅 비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바쁜 스케줄에 허덕이던 날들이 이제는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외로움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가난이었다.

통장에 잔고는 없다. 점심 한 끼를 해결할 돈조차 부족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사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 보면 길에서 노숙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실패는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내 삶을 갉아먹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난과 배고픔만큼이나 힘들고 끔찍했던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한때는 사업을 하며 성공을 꿈꿨던 사람인데, 이제는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나이는 50이 넘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과연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끝없는 자괴감과 후회 속에서 스스로를 책망했다. 과거를 돌아볼 때마다 끔찍했다. 실패의 교훈 같은 것은 없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고, 과거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누군가에게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을 설교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 사업 모델, 전략, 실행 방법, 한때의 성공 사례 등 이 모든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실패했다. 사업이란 결국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의 전략과 경험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단지 나의 실패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사업이 망하고 나니, 20년 동안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깊은 후유증이 남았다.
- 돈을 잃었다.
-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다.
- 친구들과 멀어졌다.
- 사회적 네트워크도 사라졌다.
-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나는 지금도 그 후유증 속에 살아가고 있다.

실패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내 삶을 조여 오는 현실이다.



1-7. 누구를 위한 글인가?


곧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글은 누구나 읽어야 할 글이 아니다. 나의 실패 기록은 모든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창업을 꿈꾸는 사람,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 모든 창업가를 위한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정주영 회장, 이건희 회장 같은 위대한 경영자가 읽을 이유는 없다. 그들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거대한 성공을 이뤄낸 인물들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투자를 유치하고, 엑시트(Exit)한 벤처기업가에게도 이 글은 필요 없다. 그들은 실패를 경험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성공으로 전환하는 길을 찾아냈다. 이 기록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 글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작은 장사를 하거나, 망하더라도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들여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사업이 망해도 인생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물론 손실이 있을 것이고,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삶의 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이 글은 현실보다는 더 큰 꿈을 안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단순한 생계형 창업이 아닌, 진정으로 ‘큰 일’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 창업을 통해 혁신을 만들고 산업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 회사에서 신사업을 주도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실패를 피하고 싶다면 내 경험을 참고해도 좋다.

지금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하는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세상을 바꿀 만한 거대한 도전을 하려는가? 그렇다면 이 글을 읽어도 된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 상태에서 안주하고 싶거나, 안정적인 삶을 지키고 싶다면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실패의 기록은 오히려 당신을 더 위축시키고,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글은 작은 사람을 위한 글은 아니다. 작은 일에 만족하고, 현재 상태에 머무르려는 사람을 위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은 그나마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며, 그 꿈이 무너졌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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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이어지는 글 목차들

실패란 무엇인가?

실패의 원인



지금 무언가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중이라면, 또는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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