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런 멘트를 친다.
너, 그렇게 귀엽게 있으면 뭐가 해결이 돼?
그런 귀여운 표정 지으면 누가 상이라도 준대?
얼핏 들으면 요상한 플러팅 같지만, 사실 아니다.
이런 말을 할 때 그의 표정은 광대가 높게 올라간,
아내가 무척이나 귀여워 죽겠을 때 하는 말이니까.
그러니까 본인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 뱉는 그런 말
막상 작정하고 비비적댈 땐 큰 반응이 없다가
아무 생각 없이 있을 때 갑자기 저럴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난 그냥 민낯에 이마를 훤히 까고 소파에 있었다.
폰으로 웹툰 슥슥 넘기면서 보는데 눈이 아프더라.
(30줄에 들어서니 이제 안경은 완전한 필수템)
책상에서 안경을 갖고 와서 쓴 다음, 다시 앉았다.
자꾸 내려오는 통에 검지로 스윽 올리면서 보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파하- 웃음을 터뜨리더라.
그러고는 토도도 달려와서 내 양볼을 움켜잡았다.
이마든, 볼이든, 관자놀이든 어디든 계속 뽀뽀하며
"이 귀여운 것을 어쩌면 좋지?"라는 멘트도 치고.
남편이 이러면 내 반응은 두 가지다.
웹툰 보는데 방해되니 그만하라며 그르렁거리거나
폰을 덮고 맘껏 귀여워하게 볼을 더 내어준다거나
남편의 이 행위를 이해하는 건, 나도 그렇기 때문
볼이 통통한 남편을 대각선 뒤에서 볼 때라던가
막 밥을 먹고서는 한참 나른한 표정으로 웃을 때
같이 덮는 이불이 짧아 통통한 발이 튀어나왔을 때
금요일 밤에 게임해도 되냐며 애절하게 물을 때
남편만큼이나 느끼한 멘트가 절로 튀어나온다.
너는 이렇게 귀여우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래?
이렇게 통통해서는! 귀여움으로 어필하는 거야?
마찬가지로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을 때 이래서
남편의 반응 또한 두 가지로 나뉘곤 한다.
흥- 하면서 새침하게 할 일을 마저 한다거나
뽀뽀를 퍼붓는 아내에게 그저 몸을 맡기거나.
+
이렇듯 남편은 어떤 말에도 쑥스러워하지 않는데
올해 초에 어쩐지 납득이 안 되는 일을 목격했다.
해가 바뀔 때 우리는 왠지 늘 해외에 있었던 탓에
1월 1일 한국 아침에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
"전화받으시면 동시에 해피뉴이어 하는 거야!"
"응?... 으응..."
이유는 모르겠지만 버벅이는 남편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전화를 받으셨을 때,
하나, 둘, 셋. 햅삐뉴이어!!!라고 외쳤는데
남편은 해피뉴이ㅇ... 모기소리로 우물쭈물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왠지 쑥스럽다고 했다.
황당하다.
"아주 예쁘기만 하면 단 줄 알아!" 등의 멘트를,
절로 '차-암나' 표정이 지어지는 느끼한 멘트를,
그리 철면피로 뱉는 사람이 고작 그게 쑥스럽다니.
진짜 웃기는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