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은 어디든 여행을 할 때, 호텔을 먼저 본다. 에어비앤비나 캠핑 등이 아닌, 웬만하면 쾌적함이 보장된 그런 호텔로. 최근 여행도 그랬다. 우리가 사는 바르샤바 근교 도시, 폴란드 포즈난 여행. 그전 여행이었던 베를린에 비해 꽤 많이 저렴한 숙박비, 하하호호 즐거이 예약했다. 2박.
호텔은 보통 2개의 수건을 준다.
하룻밤에 인당 2개. 작은 수건 하나, 큰 수건 하나.
그런데 체크인을 해서 일단 손을 씻으러 들어가면, 핸드타올이 따로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 포즈난 호텔은 후자였다. 그러면, 손 닦을 수건을 하나 쓰긴 해야 한다. 나 닦고 남편 닦고. 그렇게 어느 작은 수건에 손을 몇 번 닦으면 그건 자동으로 핸드타올이 되는데, 그 후 '그 핸드타올이 된 것을 샤워한 뒤에 누가 쓸 것이냐'와 같은 기싸움은 없다. 남편은 그걸 본인이 먼저 써 버린다. 저녁에 얼굴과 몸 닦는 수건으로, 당연한 듯이.
포즈난에선 욕조룸을 배정받았던지라,
난 목욕을 하루에 두 번씩 했다.
그랬더니 역시 수건이 부족하더라.
"이거 내 수건! 내일 내가 또 쓸 거니까 여기 그대로 놔둬!"
목욕 후 몸 한 번 스윽 닦은 큰 수건을 의자에 걸어놨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간혹 수건을 걸쳐두면 다 쓴 줄 알고 진짜 다 쓴 수건들과 막 버무려놓기도 했기에 미리 말했는데, 알았다고 웃더라. 거의 젖진 않았지만 혹시 내일 꿉꿉할까 싶어 에어컨 근처로 의자를 옮기고, 더 쫙쫙 펴서 걸쳐뒀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는 새인 남편은 먼저 샤워를 마쳤다. 난 그가 씻을 동안 더 자다가 바톤터치하듯 샤워실로 들어갔다. 아 맞다, 수건! 어제 의자에 걸쳐 둔 수건을 가져와야지. 다시 샤워실 문을 열고 나가서 보는데 비어있는 의자 등받이. 나는 생각했다. 얘가 또 내 수건 썼네. 그러고 다시 욕실로 들어가 수건 선반을 보니 그대로 있다. 어제 체크인할 때 봤던 큰 수건, 폭신한 새 수건, 남편의 몫인 수건.
늘 이렇다. 꼭 저가 헌 수건을 쓴다.
어떤 여행에서는 그랬다. 침대 시트가 조금 가려운 것 같다 했더니 남편은 내 쪽에 아직 안 쓴 큰 수건을 깔아줬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내가 일어나자 그 수건을 들고 샤워실로 갔다. 밤새 내 밑에 깔려 있던, 엉덩이도 맘껏 비빈 그 수건을. 너 새 수건 써! 그거 내 거야. 말하면 남편은 그냥 웃고 만다. 참 웃기는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