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가? 누가 웹소설이 쉽다는 소리를 내었어?

일단 난 아니야. 절대.

by 다롬
웹소설은 진짜 소설이 아니잖아.
아무나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웹소설은 진짜 소설이 아니라는 말, 그건 앞에 붙은 '웹'이라는 한 음절로 인해 따라온 단순한 오해만은 아닐 테다. 분명 일반 문학과는 다른 점이 있다. 애초에 그냥 소설과는 다르게 읽히게끔 설계되었다. 일단 독자들이 기대하는 요소부터가 다르다. 웹소설의 독자들은 '도파민'을 중시한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달랠 수 있는, 그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을 기대한다.



웹소설이라는 걸 클릭하면서, '내가 이걸 읽고 어디 한번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우리가 지금 단단히 밟고 서 있는 갈등과 관계들에 관해 논의할 부분, 그리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겠어.' 따위의 진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로, 작가도 그에 맞춰야 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문학 소설과 같은 몹시도 진지한 문체와 대사와 무거움이 뚝뚝 떨어지는 분위기와 플롯을 써 놓고, 이거 웹소설이야!라고 우기는 건 안 된다는 거다. 매화 얼마의 도파민이 터지는 '무조건적인 재미'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고, 매화 끄트머리에는 일일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사실, 그 애는 네 딸이다!" 등의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후킹'이 들어가야 한다. 그게 웹소설이다. 웹소설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럼, 세상의 편견대로 웹소설은 정녕 '가벼운' 글인가? 어그로와 후킹과 도파민을 폭죽처럼 팡팡 터지게 하는 요소들이 과연 웹소설을 '진짜 문학'의 범주에 결코 발도 담그지 못하는 그저 '가벼운 글, 글도 아닌 글'로 만들어 버리는가? 그래서 세상의 소문대로 아무나 쓸 수 있는가? 그에 나는 아니라는 답을 내놓고 싶다.



31131.png 누가 웹소설이 가볍다는 소리를 내었는가?



네가 뭔데 아니고 자시고야!



누군가 의문을 던지실까 간략히 나를 소개하자면, 웹소설 계에는 반년 전 처음 발을 들여 아직 완벽히 *1질도 못했지만 이미 출판사와 대부분의 원고 교정을 끝낸, 반년 전 10초 만에 급히 정한 나의 약간은 부끄러운 필명이 단단히 박힌 표지까지 이미 받아버린, 곧 출간을 앞둔 웹소설 예비 작가.

(*1질=1작품 완결)



그렇다면, 무엇이 웹소설을 가볍지 않게 만드는가? 그건 바로, 독자님들이다.



뭣? 너 아까랑은 말이 다르잖아.

웹소설 독자들은 가벼운 글을 원한다면서!

도파민 팡팡 터지는 글을 읽고 싶어 한다면서!

복잡한 세계관, 아주 딱 싫어한다면서!



누군가 또 의문을 던지실 수 있다. 맞긴 맞다. 맞긴 맞는데, 요즘 독자님들은 만만하지 않다. 가볍게 읽고 싶은 '웹'소설이라고 하여 결코 피드백까지 가볍게 남겨주지 않으신다들. 너무 진지하지 않고 다소 가볍고 재미는 있되, 캐릭터의 매력도, 개연성, 밀도, 클리셰 요소 지분, 설정의 납득가능성(판타지 세계관에서는 더더욱) 등등 촘촘하게 짜여있지 않으면 곧장 손을 번쩍 들어 방심하던 작가를 번쩍 깨워주신다. 아, 물론 진짜 손은 아니고, 댓글로.



괜히 욕심내서 화려한 설정 만들었다가 그 설정에 작가 본인이 잡아먹힐 수도 있음이다. 이를 테면 전반부에 흘려놨던 사건 전개의 부스러기나 캐릭터의 상세 성격 혹은 외모 등까지도 잊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제 날카로운 댓글을 받게 된다. '작가님. 2화에 보면 쟤는 점이 왼쪽 엉덩이에 있다는 데요? 왜 지금은 오른쪽에 있는 거지. 점에 발이라도 달렸나.' 뭐, 이런 것. (참고로 내 얘기는 아니다. 큼.)



그래서 보통, 특히 로맨스를 중심으로 하는 '여성향' 웹소설의 세계관이 복잡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일단 중요한 건 주인공들의 감정과 관계니까. 나 또한 여성향 웹소설을 쓰기에 마땅히 그래야 했다. 단순한 설정과 간질간질한 감정, 그뿐이어야 했는데···.



심리 묘사와 관계성을 단순하게 두지 못하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나는 그만 웹소설 세계관을 미친 듯이 복잡하게 만들어버렸다. '웹소설 세계관' 한글 파일만 5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니, 말 다했다. 초반의 내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아니, 아무리 가벼운 글을 원하시더라도, 그래도 읽는 분들이 뭣 하나는 얻어 가시는 게 맞지 않아? 너무 가벼우면 안 되잖아. 그럼 뭔 재미냐고.



그러니까 나는, 웹소설 작가가 될 진정한 마인드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이었다. 하지만 나름 판타지 세계관이다 보니 만드는 데 일단 나 스스로 무척 재미가 있었고, 내 작품을 봐주시는 독자님들도 좋아하셨다. 상당히 궁금해하셨고. 그런 댓글을 많이 받았으니, 나는 나름 뿌듯해했다.



그런데 워낙 복잡하다 보니 중후반부로 갈수록 그 복잡성이 미쳐 돌아갔다. 내가 만든 설정에 잡아먹히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내가 싸놓은 똥을 다 치우고, 흩뿌려놓은 부스러기를 모두 주섬주섬 모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메모장을 켜서 '이제부터 주워 담아야 할 것들' 목록을 만들어 한 화 한 화에 적절히 배치시키며 아름답고 완벽한 완결을 내기 위해 서슬퍼런 독기를 품었다. 후반부를 쓸 때 내가 가장 많이 중얼거린 말은 '내가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이런 짓을···.' 과 비스름한 결들이었다. 그만큼 힘들었다.



허술한 글로 나의 소중한 독자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점 위치가 다르니 어쩌니 하는 매운 댓글도 받고 싶지 않았고. 크흠.



나는 내가 만든 세계관을 아주 명확히 설정해야 했다. 머리털이 아주 다 빠질 뻔했다. 지금껏 완성한 소설, 시나리오, 에세이 등등 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노력을 들였다. 완결까지 소요된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600매 소설을 기준으로 한다면,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아주 길어야 한 달 반을 넘기지 않았다. 전업이라 그렇다. 어디 출근하는 곳 없이 종일 내내 글만 붙잡고 있는 인간이니 마땅히 그래야 할 테다.



전업이고, 이것만 하는 데도 웹소설 본편 완결까지 무려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물론 다른 글도 쓰고 공모전도 내고 하니 하루에 쓸 수 있는 웹소설 분량이라고는 5천자 내지 1만자 정도가 다이긴 했다. 어쨌든 길고 길었다. 내 기준에서 6개월이란, 일반 소설 서너 개는 완결낼 수 있는 아주 긴 기간인데, 웹소설 하나에 그만한 시간을 쏟아부은 것이었다. 그래야 했다. 오히려 벽 보고 한글 파일에 냅다 써버리는 일반 문학이 아니라 '연재' 형식의 글이기에 분량 조절이 더욱 어려운 점도 있다. 심지어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웹소설은 '외전'이라는 게 거의 필수이므로···.



나는 내 작품이 웹소설 중에서도 굉장히 무겁고 피폐하며 또 복잡하다 여겼지만 사실 그런 게 꽤 있었다. 남성향에서는 꽤 많고, 여성향에서도 제법 보였다. 복잡한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심리 묘사나 관계성이 몹시 세심하고 촘촘한 작품이 많았다. 와, 이게 웹소설이야? 그냥 소설 아니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읽으며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과연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웹소설은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읽는 건 가벼워도, 쓰는 건 어렵다. 어려워야 한다. 어렵게 써야 겨우 가볍게 읽힌다. 작가가 가볍게 쓰면, 그건 또 너무 가볍게 읽혀서 안 된다.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볍고 재밌는 글을 쓰는 게 엄청나게 힘든 일임을 나는 지난 반년 간 아주 절실히도 깨달았다.



그리고 가볍든 무겁든, 애초에 글 하나를 완결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 옛날, 라떼 유행하던 이모티콘 가득 서열 0순위 학교짱 오글 대사 모음집 인터넷 소설도 막 비웃을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기승전결이 뚜렷한 하나의 완결작이다. 길든 짧든, 무겁든 가볍든, 하나의 완결작을 완성한다는 것, 그 자체로 사실 박수받을 일이다.



명확한 설정에 명확한 관계성, 그리고 명확한 완결. 거기에 무조건적인 재미와 후킹까지 포함해야 하니 어쩌면 웹소설이라는 게 절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고 외려 '쓰기 어려운 글' TOP5 안에는 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직 1질도 완벽히 끝내지 못한 예비 웹소설 작가의 생각이다. 이상!



나는 이제 외전 구상하러 가야겠다. 나의 귀한 독자님들이 얼마나 원하실까. 원, 원하시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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