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마다 편차 큼 주의*
나는야 작가지망생.
오로지 글만 쓸 수 있는 시간을 딱 2년만 달라고 남편에게 선언한 뒤, 밤낮없이 몸을 갈아 넣으며 1년 넘게 진짜 글만 쓰고 있다. 눈을 뜨고 있는 순간은 늘 글, 글, 글,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글, 글, 글.
2024년 8월부터 진지하게 '글쓰기'라는 것에 임했으니, 벌써 이런 지도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블로그&브런치, 단행본 결의 에세이, 각종 소설, 드라마&영화 시나리오, 웹소설, 숏폼 시나리오 등등 오만 장르에 깊이 몸을 담그며 완결종수를 늘려가고 있다. "2년 안에 뭔가 해내 보이겠어!" 두 주먹 불끈 쥐고 결의를 내비쳤던 나, 그렇다면 그간 과연 어떤 성과를 이뤘느냐.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우수상
-제13회 교보 스토리 대상, 중장편 부문 최종심 선정
-장편 웹소설 컨택 계약 및 출간
-두 번째 에세이 기획 출판 계약(2026년 4월 출간 예정)
-유학박람회 강연 연사로 초청(2026년 3-4월 예정)
-새로운 출간 관련 미팅 예정(일단 미팅, 계약 확정은X)
(유학박람회 강연은 '강연'이지만 주최 측에서 나의 에세이를 보고 연락 주셨다 하니, 이건 글과 관련된 성과로 치자. haha!)
한 원고의 완결 예정일을 '공모전 마감일'로 잡기 때문에, 특히 공모전이 많은 달은 '병렬식 글쓰기'가 불가피하다. 그러니까, 하루에 에세이 몇 장, 소설 몇 장, 웹소설 몇 장, 시나리오 몇 장 이렇게 파이를 나누어 써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이 맞물린다. 방금까지 시나리오를 썼으니, '장면과 연출' 위주의 사고와 글쓰기가 바로 다음에 쓰는 소설에 적용이 되고, '어그로와 맛있는 후킹'이 중요한 웹소설을 방금까지 쓰다가 숏폼 시나리오를 켜니 이게 또 바로 적용이 된다. (브런치를 쓰는 지금도 이 창과 영화 시나리오.hwp를 휙휙 번갈아 띄우는 중)
에세이와 소설, 소설과 숏폼, 시나리오와 에세이, 각 장르 사이에 단단히 그어진 선이 무색할 정도로 내 글은 이리저리 경계를 넘나드는데, 나는 그것을 너그러이 용인한다. 왜냐하면 이 병렬식 구조의 글쓰기로 인한 경계의 모호함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긍정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뻔하지 않고 톡톡 튀는 글, 나만의 색채가 진득하게 묻은 나름 신선하고, 새로운 분위기의 원고들이라 나는 자부한다. …그냥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소설에 에세이 느낌이 추가되는 것, 숏폼에 웹소설스러움이 가미되는 것, 간단해야 하는 시나리오에 소설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것 등등을 기꺼워한다. 일단 나부터가 그런 혼합 장르의 톡톡 튀는 책이나 콘텐츠를 좋아하니까.
그럼에도 내가 허용하지 않는, 반드시 선을 그어놓고, 서로를 침범하지 않게 분명한 거리를 유지하는 두 장르가 있다. 바로 '소설'과 '웹소설'이다.
나는야 작가지망생. 여러 장르에 발을 담갔지만 개중에서도 소설류에 가장 많은 시간을 썼다. 1년 반 동안 완결 장편소설 대여섯 개를 썼고(아직 출간x, 내 노트북에만 얌전히 잠들어있는), 웹소설은 일반 단행본 7-8권에 가까운 분량의 장편으로 1 작품 출간을 했다.
소설과 웹소설, 인풋과 아웃풋을 번갈아가며 각각 100만 자씩에 가까운 양을 써내다 보니 두 장르의 차이점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과 웹소설을 대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몇 가지가 있는데, 글로 풀기 좋은 두 가지 정도만 언급해 볼까.
우선, 무엇보다도 반드시 지키려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소설에는 '의성어'를 쓰지 않는 것. 의성어란 '소리를 흉내 내는 말'로,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뺨을 치는 소리 '짝'이나 부딪히는 소리 '탁', '쿵' 등이 있다. 나는 이 짝, 쿵, 턱, 탁 등등의 친구들을 일반 소설에 쓰지 않는다.
웹소설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짝
짜-악
"음. 뭔가 부족해. 몇 대를 더 칠까? 흥흥흥."
짝, 짝, 짜-악.
바닥을 기며 벌벌거리는 B를 훑는 A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고.
턱, 턱, 턱. 이어 계단을 오는 뭉툭한 그의 발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신명 나는 의성어가 줄줄 이어진다. 짝짝짝 쿵쿵쿵 탁탁탁. 활자로 보기에는 다소 민망스럽다. 그럼에도 죄책감은 없다. 왜? 웹소설이잖아. 내가 인풋을 좀 해본 결과, 이 정도의 의성어는 용인이 된단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 이런 소리. 조금이라도 '엇. 유치해.'라는 말이 귀한 독자님들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이런 의성어는 그냥 소설에는 결코 쓰지 않는다. 이건 오로지 웹소설의 영역이다. 글을 쓰는 이들마다 물론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니 그럼, 웹소설은 유치해도 된다는 거야?
여기까지 읽으신 혹자는 물으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나는 내가 정한 기준을 통해 '웹소설 쓰기의 자유로움', 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적정한 선에서의 오그라듬과 멋짐체 등이 공식적으로 허락되는 웹소설. 그를 통해 글 쓰는 이가 얻을 수 있는 '해방감' 따위 말이다.
일단 웹소설의 대표 장르인 '로판'의 경우 배경부터 '왕국', '북부대공', '황태자' 등이요, 인물 설정은 '반드시 큰 키와 굉장한 미모를 가진', '보석같은 눈동자가 박힌 경국지색' 등이다.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대공과 황태자라니…. 비현실적인 설정부터가 이러하니 암묵적으로 약간의 오그라듬이 허용된다는 말이다. 이를 테면 위의 의성어나 현실에서는 결단코 쓰지 않을 '멋진 대사', 같은 게 있달까.
아래는 내 작품 중 하나에 들어가 있는 대사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나를 볼 건데."
과연 이 문장을 담은 건, 소설일까 웹소설일까.
눈치채셨겠지만 위 문장은 '웹소설' 것이다. B에게 한 짓을 뒤늦게 후회하며 빌빌거리는 A의 대사. 나의 경우, 이 정도의 대사도 일반 소설에 쓰지 못한다. 이게 차이가 미묘-하지만, 분명한 선이 존재한다. 소설에서 만나면 읭? 이거 좀, 그렇지 않아? 오글쓰. 유치한데? 할 수 있을 법한 표현들이 웹소설에 등장하면 으음…이 정도는 봐주도록 하겠어. 정도가 될 수 있으니까. 웹소설 독자님들은 특정 보고 싶은 장면들을 보기 위해 기타 다른 부분은 '흐린눈'을 해주시는 인자한 마음을 지니셨다들.
웹소설에는 되지만 소설에는 안 되는 것. 비단 '멋진 말' 대사뿐만이 아니다. 묘사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눈빛이 서늘해진다거나,
픽, 웃음을 흘린다거나,
다른 놈의 눈동자에 비치는 하얗고 동그란 얼굴이 마뜩잖다거나,
저 보드라운 살결을 한입에 콱 씹어먹고 싶은 충동이 인다거나,
등등.
일반 소설에 쓸 수 없다. 오로지 웹소설, 웹소설만의 것이다. 소설에는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픽, 웃음을 흘렸다.'를 보다 더 진지하고 무겁고 다채로운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 상당히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준이다.
근데 이게, 아무리 명백한 선을 그어놓더라도 소설과 웹소설을 병렬식 구조로 번갈아쓰면 약간 헷갈리기 시작한다. 소설에 이런 걸 써도 돼? 웹소설인데, 이게 맞아? 그래서 결국 딱딱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문체나 표현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설과 웹소설이 합쳐진 애매한 무언가가 탄생하고야 만다. 그런 건 나중에 정신을 찾았을 때, 퇴고를 거치며 잡아내면 되는데 그 과정에서 머리를 쥐 뜯는다. 이런 표현을! 소설에! 썼단 말이야!
내게는 소설과 웹소설을 대하는 이러한 진지한 기준이 있는 탓에, 둘을 쓸 때의 내 표정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혹시,
글쓰기는 부담스러워.
문체가 되게 멋져야 되는 거 아냐?
혹여 미리부터 이런 걱정에 사로잡혀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만의 빡빡한 선이 존재하는 '소설'이라는 게 몹시 부담스럽게 느껴지신다면, 일단 먼저 웹소설을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웹소설도 물론 절대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그래도 쓰는 이가 그나마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관대한 장르이니.
그럼 난 이만, 금빛 눈동자를 서늘하게 번들거리는 저주받은 살인귀 북부대공의 이야기를 구상하러 가야지...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