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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니고민 Sep 08. 2024

사수 없는 신입의 생존기

회사에선 신입에게 바라는 게 없다면서요?

한 자리에서 반십 년 이상 근무하던 사람이 떠갔다.

이틀 동안 자신이 하던 일을 "나열"해주고는 떠났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기대와는 달리 막막한 감정이 가득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 그는 어지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 같았다.

전화는 받지 않고, 질문에는 귀찮아하며 대답하거나, 아니면, 화를 냈던 사람.

대화조차 통하지 않아서 상종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대충 넘겨버리고 차단해 버렸다.



어색하고 신기했던 첫 출근.

유튜브에서는 회사가 신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는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물어보고 배우면 된다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직속 선배님들도 각자 담당하는 있는 일이 달라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내게는 그마저도 고마운 손길이었다.



남들 다~한다는 기본, 한글과 엑셀을 다룰 줄 몰랐다.

워드? PPT?

내게는 메모장과 낙서장이었다.

뭘 하고 있는지 모른 채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일과 폴더를 뒤지다 퇴근했다.

과거 기록을 뒤지면 다 있으니 찾아보면 된다는 저~윗분들의 말.

찾아보면 있긴 있겠지.

하지만 당장 손톱깎이 하나 찾으려고 온 집안을 뒤지기보다는,

옆방 책상 두 번째 서랍장에 있다고 알려주는 사수가 필요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정신없이 모험을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6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새로웠다.

내일 출근에 두려움과 불안감도 있었지만,

나도 직장인이라는 사실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집에 오자마자 가장 친한 친구 유튜브를 찾았다.

롤 방송, 게임 방송, 개그 프로그램이 아닌

"엑섹 실무"  "인사, 노무"를 검색했다.



왜 항상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니터를 2대씩 쓰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돈 벌면 나도 꼭 모니터 2개 사서 사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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