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복사기의 세상에 갇히다

버튼이 너무 많아

by 글이고민

도장 꾹. 복사와 스캔.

어릴 적 친구들과 놀 때나 쓰는 표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복합기 앞에서 멀뚱히 서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것저것 눌러보았지만 내가 알 리가 있겠는가.

결국 옆자리 선배님께 도움을 청했다. 내 업무를 담당하던 사수는 없지만,

사무실에는 의지할 수 있는 선배 세 분이 있었다.


'난 아직 내 자리 컴퓨터에 어떤 파일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위에서는 계속해서 뭔가를 지시하며, 옆에 물어보라고만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몰라 하루 종일 쫓겨 다니듯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에 업무 지시가 더해지면 그 무게가 배가 되어 쏟아졌다.

'다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구나…'


그렇게 내게 주어진 업무는 책상 위에 하나둘 쌓여갔고, 시계는 어느새 퇴근 시간을 가리켰다.

결국 나는 집으로 돌아와 숨을 돌렸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업무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기능부터 하나씩 익혀봤다.

하루 종일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기에 유튜브를 보며 매일 자판을 두드렸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다.

아침에 씻고 준비해서 나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 순간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도 내가 회사를 다닌다 하니

누군가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또 누군가는 "잘됐다! 파이팅!!"이라며 축하의 말을 건네주었다.

잠들기 전 눈을 감으니 오늘 하루가 스쳐 지나간다.

내일도 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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