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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on Jun 07. 2024

익숙한 것이라도 낯설게 느낄 수 있어야, 디자이너

[디자인 언어영역] '낯선 골목길을 걷는 디자이너' 를 읽었습니다.

#낯선골목길을걷는디자이너 (2024.04)

낯선 골목길을 걷는 디자이너 / 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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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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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쓰기:

내가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남들이 알고 있는 문제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거나, 남들이 문제인지도 모르는 문제를 발견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만약 스티브잡스가 사람들에게 '폴더폰을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디자인을 제안했다면, '더 나은 폴더폰'이 나왔으리라. 그러나 스티브잡스의 위대함이란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마트폰'을 제안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빌어 표현하자면, 디자이너는 익숙한 것도 낯설게 느낄 수 있어야하고, 당연한 것도 새롭게 느낄 수 있어야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나온 후, 어느 부분을 개선하고, 어떤 기능을 추가했는지, 얼마나 더 예쁘고 사용성 좋게 만들었는지는, 세상에 없는 아이템을 제안한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의 문제라 보인다. 결국 디자이너가 어제보다 먼지만큼이라도 더 의미있는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본 책의 저자이신 정재완 교수님과 같이, 작게는 자신이 살고있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그 찾아낸 의미나 의문들을 더 큰 세상과 연결지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끊임없는 시도가 관건이라 생각한다.


책뒷편에 써있는 글 그대로 '공식적이고 굵직한 발언이라기보다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웅얼거림'이라 누군가는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어느 한 분야를 사랑함으로 그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누군가가 그 일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저 단순한 웅얼거림이라 단정하기엔 지극히 가볍다. 경제원리로 움직이는 이 거대한 흐름속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굵직한 신념이 느껴지는 안그라픽스를 애정한다. 용기내어 서평쓰기에 지원했고, 덕분에 이 책의 저자이신 북디자이너, 정재완 교수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마주한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좁디좁은 결과물중심적인 디자인개념을 확장시키느라 한 학기를 다 소진하는 나로서, 디자인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다시한번 생각하게하는 이 책은 또 한번의 여운으로 남는다. 디자인 하나만의 힘으로 세상을 뒤집을만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손과 발이 아닌, 스스로 필요성을 만들어내는 머리의 역할을 해나가는 핵심분야가 되기를 바라고, 그를 위해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는 내가 되기를 소망하게 만드는 또 한번의 메세지로 충분했던 책이었다.


-디자인 듣기:


/p.23. 지킬지, 못 지킬지, 안 지킬지 알 수 없는 공약을 커다란 바위에 정성스럽게 새길 일은 없겠지만, 현수막에 남발하는 것을 보면 공약 자체도 일회성처럼 느껴진다.


/p.39.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수 있는 착시의 현장이다.


/p.43. 산업화 이후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고려한 단계적 공정 시스템이 사물의 전체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대사회의 분업화된 전문성은 결국 통합된 사고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었다.


/p.61. 모든 낡음은 한때 가장 새로웠던 것이었으니 이제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향한 디자이너의 각별한 오마주로 느껴진다.  


/p.62.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도시란 기억의 총량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중략) 이런 기록이 갖는 의미는  도시를 탐구하고 다음 세대에게 계승할 수 있는 진정한 도시 재생의 지표이자 방향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p.88. 섬세한 편집력과 기획력이 ‘디자인’이라면, 그 반대인 둔감함 즉 타성에 젖은 관습적 시선이야말로 ‘디자인이 아닌 것’이다.


/p.135. 우리가 숨을 쉬며 공기를 의식하지 않듯이 복잡한 도시에 살면서 그 무엇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고도의 도시 디자인이다.


/p.152. 디자인은 사물의 본질이다. 디자인이 결여된 기능과 서비스는 생각할 수 없다. 삶에서 디자인은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디자인은 곧 아름다운 삶이고, 아름다운 삶이 곧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p.168. 전적으로 전문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디자이너의 역할과 윤리의 문제와 직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디자인에 대한 가장 흔한 정의 중 하나를 뒤튼다면 디자인은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로 남게 될 것이다.


/p.182. 레이아웃 핵심은 모든 요소가 서로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하는 것이다.


/p.195. 디자인은 클라이언트를 돕는 일만은 아니다. 디자인은 스스로 필요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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