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매일 아침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가장 큰 질문은 "학생들에게 저작권을 어떻게 설명할까?"입니다. "저작권이란 무엇일까요?"라고 묻으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한다. 왜 그럴까?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저작권은, 대체로 ‘법적인 문제’ 정도로만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자인을 ‘예쁜 것 만들기’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 디자인은 세상에 숨어 있는 문제를 풀어내는 작업이다. 그만큼 창작물은 가치 있는 것이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저작권은 대체 뭐지? 영어로는 간단히 이렇게 정의된다.
Copyright: The legal right granted to the creator of an original work, allowing them to control its use.
잘 읽어보면, 사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내 것”이라고 외칠 수 있게 해주는 법적 권리라는 거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이 그걸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저작권은 단순히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만은 아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 세계를 지킬 수 있는 도구다. 이 도구를 통해 창작자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며 자신만의 창작자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저작권은 바로 창작자가 만든 세계를 보호하는 방패인 셈이다.
그렇다면 표절은 무엇일까? 표절은 간단하게 말해 “가짜 창작”이다.
Plagiarism: The practice of taking someone else’s work or ideas and passing them off as one’s own.
표절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다. 창작자의 창의성을 훔치는 행위이며, 그로 인해 창작자가 고유하게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가치를 침해하는 범죄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표절은 그 자체로 ‘도둑’이지만, 저작권은 ‘보호자’라는 점이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만든 세상을 지키는 방패이고, 표절은 그 방패를 뚫고 들어가려는 도둑이니까.
그렇다면 저작권과 표절은 어떤 관계일까? 둘의 관계는 말 그대로 전쟁이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 세계를 정의하는 기준이고, 표절은 그 기준을 침범하는 행위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내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법적 도구라면, 표절은 바로 그 보호막을 무시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훔치는 행위다. 저작권과 표절은 보호자와 도둑처럼 상반된 관계다. 저작권은 방패라면, 표절은 그 방패를 뚫고 들어가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제, 저작권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 세계를 정의하는 기준이다."
저작권은 단순히 법적 보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기준이며, 그 세계가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방패다. 표절이 그 방패를 뚫고 들어가는 행위라면,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지킬 수 있는 도구인 것이다.
결국, 저작권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의하고, 그 기준을 지킬 수 있어야 창작자는 자신만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창작자는 표절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저작권을 통해 그 위험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지킬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맡았던 수업 중, 제품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브랜드를 기획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시각적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한 팀은 '우수조'로 선정되었고, 전시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들의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 후, 모든 상황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학생들은 "우리 절대 표절 아니에요!"라며 증거를 들고 나섰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렌더링 샷과 작업 과정을 가지고 와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들의 디자인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한 창작물이었고, 그 과정에서 유사한 형태가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의도한 것은 ‘표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교수님들의 눈에는 유사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결국 그들은 우수조 타이틀을 내려놓고, 처음에 제출한 결과물을 완전히 수정해야 했다.
수정된 결과물로 다시 전시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지만, 이미 그들의 작품은 다른 학생들에게 '표절 논란'으로 낙인 찍혔다. 그들의 디자인이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팀은 여전히 다른 학생들의 시선에서 멀리하게 되었다. 창작물이 새롭게 바뀌었다고 해도, 그들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표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사실 그 사건은 그들의 디자인을 새롭게 전시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름에 '표절'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만든 사건이 되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큰 교훈을 안겨주었다. 저작권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창작자가 자기 작품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보호가 아니라,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지킬 수 있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내가 만든 창작물이 침해당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내 것이 누군가에게 넘어갔다’는 차원이 아니라 내 창작자로서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것이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학생들에게 말한다. "너희가 만든 창작물의 가치를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너희의 가치를 지켜주지 않을 거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창작자는 여전히 창작자로서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AI가 디자인을 한다 해도, 그 속에서 디자인의 본질을 지키는 사람은 여전히 인간 디자이너일 것이다. 저작권이라는 개념도 앞으로 계속 변화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중심을 잡고,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창작자들이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법적인 권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창작적 자아를 지키는 일이다.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언젠가는 '저작권'을 단순한 법적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자신들의 창작물을 지키기 위한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디자인은 예쁜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에 필요한 해결책을 만드는 일이자,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