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8] 삼척_지역캠프 (2025.10.12-10.13)
함께 모인 오늘
비와 안개가 쉼 없이 뒤섞인 밤, 세 사람은 긴장과 설렘이 교차된 얼굴로 서울을 떠났다. 문대표는 운전대를 잡고, 최대표는 조수석에서 내비게이션을, 김대표는 조용히 도로 위를 바라보며 혹시 문대표가 졸지는 않을까 함께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가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낯선 고속도로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이 여정이 단순한 출장이나 답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의 감각이라는 걸 느꼈다.
새벽 무렵 숙소에 도착했을 땐 아무 일없이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따뜻한 조명을 켠 채 잠깐의 안도와 피곤이 뒤섞인 눈빛을 나눴다. 다음날 아침, 문대표와 김대표는 숙소 바로 옆 투썸플레이스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카페의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 속에, 일상과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이상하게도 그 시간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보다 훨씬 현실적이었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의 무게와 가능성을, 한 잔의 커피 위에 올려놓은 느낌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캠프장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들른 식당. 비 오는 날의 장칼국수와 감자전은 강원도에서의 첫 식사로 완벽했다. 장칼국수의 김이 서린 그릇을 사이에 두고 웃음이 터졌다. “비 오는 날, 이게 정답이지.” 긴 이동의 피로가 국물 한 숟가락에 스르르 풀렸다.
캠프장에 도착하니 삼척팀의 두 팀, 서울에서 내려온 운영사 담당자, 서울시 담당 주문관님, 그리고 삼척시청 경제과 팀장님과 지원센터 팀장님, 사무국장님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사무국장님은 “평생을 삼척에서만 살았다”며, 홍보영상과 지역 특산물, 축제, 관광지, 그리고 삼척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지도 위의 점으로만 보이던 삼척이 비로소 사람의 얼굴을 가진 도시로 느껴졌다. 우리는 이미 추석 전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라, 보다 구체적인 질문들을 나눴다. 삼척시청 경제과 팀장님께는 앞으로 만나고 싶은 기관 리스트를 전달드리기로 하고, 운영사와의 협의도 원활하게 마무리되었다. 작은 성취감이 스쳤다. “이제 진짜 연결이 시작되는구나.”
서울로 돌아가기 전, 우리는 솔비치 삼척으로 향했다. 로비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회색빛 바다와 비 내리는 풍경은 그날의 우리 마음과 닮아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다음 단계를 위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김대표와 최대표가 다음 주 도계 지역으로 다시 내려와 유리공예가와 옻칠공예가분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하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펜, 메모지가 흩어져 있었고, 우리는 이야기 중간중간 “이건 꼭 기록하자” “이건 현장에서 바로 물어봐야겠다”를 반복했다.
“이 프로젝트가 누군가의 인생에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일지도 몰랐다. 마음같아선 당장 솔비치 숙소로 올라가 짐을 풀고 피곤한 몸을 깨끗이 씻은 후 휴식을 취하고싶었으나 현실은 비오는 고속도로를 뚫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했다. 서울로 향하는 길, 여전히 비는 쏟아졌다. 피곤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평온했다. 횡성휴게소에서 늘 들르게 되는 우동과 돈가스로 저녁을 마쳤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의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먹는 건 실패가 없네.’ 김대표의 농담에 차 안이 잠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 비 오는 밤,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불빛이 길게 번졌다.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출발의 설렘, 빗길의 긴장,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건 묘한 확신이었다. “우리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
다음을 위한 질문
-도계 예술장인 인터뷰는 ‘기술’보다 ‘삶의 리듬’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지역체험 설계 시, 참여자 경험과 지역탐색 및 예술체험형을 어떻게 맞출까?
-인터뷰 이후, 지역 파트너십을 어떤 방식으로 지속시킬 수 있을까?
-삼척이라는 장소를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의 무대’로 다시 언어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Re_me #Re_me개발일지 #자기탐구 #서비스개발 #브랜드기획 #넥스트로컬 #개발노트 #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