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로그 #17] 삼척_지역조사2. (2025.10.08-10.09)
함께 모인 우리
추석 연휴 두 번째 삼척에서의 운치 있는 아침. 아침부터 분주했다. 우리 대표 중 한 명(정확히는 최대표님)이 삼척에 오면 꼭 가야할 곳이 있다고 확언했다. 바로 동굴, 환선굴과 대금굴. 대금굴은 예약을 해야 갈 수 있지만, 환선굴은 이른 아침에 가면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는 후문을 들었기 때문에 서둘렀다. 9시 전에 도착하면 바로 입장가능하다고. 솔직히 말해, 도착하기 전까지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동굴이 동굴이겠지 싶었다.
동굴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었다. 동굴까지 도달하기에는 좀 시간이 걸렸다. 환선굴과 대금굴의 입구가 다르고 환선굴에 도달해도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환선굴의 입장료는 성인 45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모노레일 탑승 역시 성인 왕복 7000원, 초등학생 왕복 4000원이다. 입장료와 모노레일까지 기대보다는 '어휴 왜 이리 돈이 많이 들지, 딸린 식구들도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노레일까지 올라가는 데는, 음식점과 칡즙, 옥수수, 기념품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칡즙이 정말 진하고 유명하다며 그 칡즙에 꽂힌 일행 중 한 남성분이 계셨다. 칡즙 이야기는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하도록 하겠다.
모노레일을 타고 굴 안으로 들어갔다. 와! 굴의 웅장함이란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었다. 만일 이집트에서 스핑크스를 보면 그 웅장함과 비견될까. 약 5억 3천만 년 전 석회암층에 의해 생성된 동굴이라고 한다. 입구에서 약 150m 들어가면 600평이 넘는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거대한 환선굴 안에는 호수도 있고,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곡, 세차게 흐르는 웅장한 폭포도 만날 수 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어둡고 습하고 미끄러운 철제식 계단을 끊임없이 걸어야 했다. 길이 좁고 미끄럽고 어두웠다. 내 마음의 미로를 걷는 것과 같았다. 그 웅장함과 신비로움이 때로는 두려움과 갑갑함으로 이어졌다. 언제 끝날까, 언제쯤 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 들 때쯤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총 두 시간이 넘는 동굴 탐험이 끝이 났다. 내려오면서 진한 칡즙을 사서 한 모금씩 먹었다. 왠지 신선이 된 것같았다.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잔뜩 내 안에 머금게 했다고나 할까.
웅장한 동굴을 탐험하고나오니, 배가 고팠고 우리는 삼척중앙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전국적으로 로컬지역에서 진행했던 청년몰이 삼척에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그곳에 들러보기로 했다. 주차가 어렵하다는 소문을 들어 걱정아닌 걱정을 했었지만 생각보다 주차시설은 잘 되어있기에 불편함없이 주차를 했다. 추석연휴였음에도 시장이 분비는 느낌은 들지않았다. 점심식사를 하기 전, 궁금했던 청년몰로 먼저 향했다. 얼마나 활성화되어있을까도 궁금했지만, 삼척시공동체종합지원센터 팀장님께서 지금 상황에 대해 힌트를 주신 부분이 있어 실제는 더더욱 궁금했다.
청년몰은 시장 2층에 노브랜드와 함께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지역을 가봐도 왜 청년몰은 늘 2층인지도 궁금하기도 했다. 올라가보니 깔끔하게 인테리어된 공간 안에 음식점과 카페, 사진스튜디오, 네일샵, 다양한 소품샵들이 있었다. 팀장님 말씀으로는 삼척에 사시는 대부분 주민들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라 청년들이 파는 음식들에는 입맛이 안맞으시고, 관광객들은 삼척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선호하기에 현실상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다. 아침부터 움직인터라 커피매니아들인 우리들 눈에 먼저 제비다방이라는 카페가 들어왔고, 김대표님이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진한 라떼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일률적으로 나누어진 공간이 조금 더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점심식사를 하러 1층 시장으로 내려왔다. 그곳에서 삼척으로 시집오신 부산 사장님의 분식집에서 맛있는 떡볶이와 만두, 부산식 잡채 비빔을 먹었다.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개눈 감추듯 순식간에 접시들을 비웠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사장님께 리미 명함을 드리며, 삼척에 대한 질문도 하며 소기의 목적도 함께 이루었다.
그런 다음, 도계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도계는 고요했고 잠잠했다. 그곳에 유리마을이 있었다. 그 탄광촌의 역사가 곳곳에 묻혀 있는 낯선 땅, 도계. 이날 도계 땅을 처음 밟았다. 앞으로 우리 리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가치 있는 땅. 지금 도계는 메마르고 거칠고 거대하고 웅장한 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그곳의 진중한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억센 곳이다, 그 무엇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아닌 것 같다. 삼척에서 3,40분을 차로 달렸다. 도계의 첫 장인, 유리공예가를 만났다. 감사하게도 유리공예시설들을 구경시켜주셨고,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도 조금은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잘 준비되어있는 유리공예 교육실, 작업실 등. 이 곳이 도계의 매력과 함께 정말 잘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적은 드물지만 고즈넉하고 깨끗한 유리마을, 탄광촌이 폐광된 후 폐석탄을 소재로 은은한 초록빛깔의 유리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유리공예를 체험하고 경험하여 나만의 색깔과 개성을 한껏 뽐낼 수 있었다. 이국적인 도계, 다시 만나고 싶다. 이렇게 첫번째 삼척조사 여행이 끝났다.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삼척을 알고싶다는 마음으로 떠났던 시간들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다 귀했고, 눈과 마음에 담고 담아올 수 있었다. 이제 시작했으니 반은 온거지. 반했으니 나머지를 채우러 다시 삼척으로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