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를 만날 수 있는 중산간의 오름
언젠가부터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에 빠져 즐거웠던 적이 없다. 온전히 하루가 즐거워서 죽겠다 싶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즐거움과 행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어느 한 때가 그립다. 다시 한번 그런 기분을 느끼며 기대감에 행복하게 잠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불안한 느낌은 아마도 타고난 본성과 함께 사회적 상황도 한몫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도 비슷하다. 성탄절인 내일이면 75미터 발전소 굴뚝에 올라간 파인텍 노동자들의 농성이 슬픈 세계 신기록(408일)을 경신하게 된다. 며칠 전 청년 김용균 씨는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려 화력발전소에서 사회적으로 타살당했다. 어제는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이런 뉴스들을 보고나면 누구의 탄생을 기뻐하기가 참 힘들다. 이런 기쁨조차 죄스럽다고 느낀다면 감정의 과잉일까?
이처럼 복잡한 마음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걷기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이는 나약한 존재다. 뭔가 집중할 다른 일이 필요하다. 따뜻한 차와 간식을 챙기고, 카메라와 쌍안경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목도리와 장갑까지 끼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우진제비오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날 선 바람이 갑옷처럼 껴입은 내 몸을 피해 간다.
| 경사가 급한 돌계단과 전망대
우진제비오름을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삼나무가 심긴 돌계단길을 숨을 할딱이며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없이 호흡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10분 정도 오르다보면 곧 경사가 완만한 능선이 나타나고, 이때부터는 걷기가 쉽다. 산책로를 따라 나무가 많이 자라 주변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다행히 정상 부근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멀리 함덕 서우봉 해변과 여러 오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망대에 오를 때면 나는 늘 준비해 간 쌍안경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곤 한다. 이곳에서 황조롱이가 먹이를 찾기 위해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 가끔 발견된다. 나는 조류학자라도 된 양 이 녀석을 찾아 본다. 어떤 날은 기상학자라도 된 듯 구름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관찰한다. 수업 시간에 배운 권운, 고층운, 적운 등의 구름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보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들을 잠시 잊게 된다.
| 한때 마을 식수원이었던 우진샘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쉽다. ㄷ자 말굽 형태의 분화구 안쪽에는 주로 자연림이 형성되어 있어, 오름 바깥쪽에 심겨진 삼나무와 사뭇 대비된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쯤 분화구 안쪽에 물이 고여있는 샘(용천)을 발견하게 되는데, 주민들은 이 곳을 ‘우진샘’이라고 부른다. 수도가 공급되기 전 이곳은 물이 부족했던 중산간 마을 주민들의 귀중한 식수원이었다고 한다.
* 이름의 유래 : 오름의 형상이 소가 누워있는 모습 또는 날아가는 제비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확실치 않다.『제주삼읍 도총 지도』에 ‘우진악(牛眞岳)’,『제주삼읍 전도』,『제주지도』에 ‘우진저악(牛眞貯岳)’,『제주군 읍지』의「제주지도」에 ‘우진접(牛眞接)’이라 기재했다.『조선지지자료』에 ‘우진저비악(雨陣低飛岳)’,『조선지형도』에 ‘우전연(又田燕)’ 등으로 표기했다.
(출처: 국토정보플랫폼한국지명유래집)
*주소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14번지 일대
* 주차장 : 입구에 3~4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있음
* 탐방시간 : 약 1시간 정도
* 정상 해발고도 : 412m
* 오름의 모양 : ㄷ자형 말굽 형태
* 분화 형태 : 분석구(scoria cone/cinder c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