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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12. 2019

[소다일기11] 밤에 피는 소다

2019년 1월 11일(금요일) /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림  

 

 아내는 연말부터 달리더니 오늘도 또 술 약속이 잡혔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3번째다. 저녁 7시에 옆집으로 출동한 아내는 새벽이 다 되어도 돌아올 줄 모른다. 아내를 기다리며 늦게까지 TV를 보던 두 아이도 잠이든 지 오래다. 오랜만에 겨울비까지 내리니 분위기가 묘하다.  


  요즘 소다도 아내랑 비슷하다. 친구들과 신년회를 하는 건지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진 후 밤늦게 돌아온다. 정확히 말하면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집사들은 소다가 언제 돌아오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밤에 소다가 집에서 안 보일 때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요즘은 그러려니 한다. 아침이면 떡실신해 자고 있는 녀석을 집안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까. 고양이가 야행성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듯한데 사실인가 보다. 

밤 11시에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소다! 비를 맞고 어디서 뭐하고 놀까?


 밤 12시가 지나도 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다 툇마루를 쳐다보니 흰색 고양이가 2마리가 있다. 깜짝 놀라 살펴보니 소다의 딸인 사이다(오드아이)가 친정(?)을 방문한 거다. 소다는 자기 집안에서 경계하는 눈빛도 없이 딸을 쳐본다. 그러다 나를 보고 사이다가 도망가자 따라서 풀숲으로 사라진다. 


 엄마가 있는 곳이니 자식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당연한데도 뭔가 좀 이상했다. 고양이들은 다 자란 자식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도 보듬어야 할 대상으로 여길까 아니면 친구처럼 생각하는 걸까?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 나와 어떻게 지낼까? 사이다처럼 우리 딸은 친정을 자주 찾을까? 밤늦게 쓸데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되도않는 생각을 하는 사이 비를 맞고 돌아온 소다가  나를 보더니 밥 달라고 긴 울음을 운다. 얼마나 먹나 싶어 달라는 대로 줘봤더니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지난주에는 사료를 별로 먹지 않아 걱정했는데 식욕이 돌아왔나 보다. 다이어트하려다 실패해 요요를 겪고 있는 건지 살이 더 오른 듯하다. 어쨌든 집사 입장에선 잘먹는 모습만 봐도 좋다.


 아내는 9시간의 긴 레이스(?)를 끝내고 새벽 3시에야 집에 돌아왔다. 밥 먹고 또 나갔던 소다도 그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긴 레이스동안 뭘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는데,  소다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뭘 했는지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뒤를 쫓아 가서 몰래 보고 싶다. 암튼 내일 아침이면 각자의 침소에서 떡실신해 계시는 두 주인님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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