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유전(천성) vs 환경(육아)

부모의 육아방식은 아이를 바꿀 수 있을까?

by 도토리


이런 나의 태도가
아이들의 성격과 인성, 지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나는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보다는 비교적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다. 물론 친절할 때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규칙과 약속을 강조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최대한 보상을 억제한다. 특히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 경우 더욱 엄격하다. 겁이 많다보니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하고 자주 다그치는 편이다. 가끔 아이들에게 무시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폭발해 크게 화를 내기도 하지만, 다행히 아이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들의 지성, 인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되고, 때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던 중 최근 2권의 책을 읽고 나름 위로를 받았다. 첫번째 책은 『빈서판』이라는 진화 심리학과 관련된 책이고, 두번째는 『쌍둥인데 왜 다르지?』라는 후성 유전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두 책 모두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챕터가 있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육아가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거기에서 아이들이 행동이 부모의 행동으로 부터 얼마만큼 영향을 받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받은 위로가 여러분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소개해 본다.

두권의 책 : 반서판, 쌍둥인데 왜 다르지?



● 과학자들이 쌍둥이를 연구하는 이유는?


책에서 소개하는 'NEAD(청소년 발달에서 비공유환경) 프로젝트'는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1988년 시작된 대규모 연구이다. 안정된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초기 청소년기(사춘기)에 있는 서로 다른 720쌍을 관찰했으며, 그들 중에 일란성 쌍둥이, 이란성 쌍둥이, 일반적인 형제자매, 이복 형제자매 등이 포함되었다. 연구원들은 3년에 걸쳐 두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면, 11년 뒤 이들이 성인 초기(Young Adulthood)이 되었을 때 다시 인터뷰를 통해 추적했다. (참고로 연구원 중 부모의 영향력을 주장했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심리학자와 유전학자들이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이유는 쌍둥이 유전자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반으로 나뉘어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자 구조가 같다. 이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를 연구하면 특정 질병, 성격, 행동 등이 유전자의 영향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알아내기 쉽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3가지로 분류한다. 유전자(유전자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 공유환경(부모, 가족, 이웃 등 형제자매들이 공유하고 있는 환경) 마지막으로 비공유환경(유전자 및 공유환경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유한 환경)으로 구분한다.



● 결론1 : 부모의 육아방식은 지능, 인성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육아방식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의 양육방식과 청소년의 행동에 상관성이 있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의 유전자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엄마의 근무시간, 수유기간, 아빠의 적극성, 강제적인 독서나 숙제 등이 자녀의 성장의 차이, 최종적인 성격 또는 행동에 장기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설명할 적절한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빈서판에서도 자녀의 지능, 인성,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적 영향으로 약 40~50% 정도이다. 공유환경(부모, 가족, 이웃 등 함께 형제들과 함 께 공유한 환경)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많이 잡아도 10% 이내이며, 그 중 부모의 영향은 0~2%정도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공유환경 또는 단독환경(공유환경을 제외한 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환경)이 약 50% 영향을 미친다.



● 결론2 : 오히려 자녀의 유전자가 부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유전자가 부모의 반응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같은 형제자매라도 아이들에게 똑 같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항상 잘 웃고 친절한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반응과, 반대로 울고 화내고 짜증나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반응은 서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첫째 아이의 백점짜리 시험성적을 보고 기뻐하다가도, 둘째 아이 선생님의 전화를 받을 때 부모들은 화를 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힘(영향력)이 더 센듯하다.



부모가 양육하는 방법의 차이가
아이의 성격, 지성 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요즘 많은 육아관련 책들이 이런 저런 육아법을 추천하고, 이렇게 해야 아이들이 지성과 인성을 겸비해 자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명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육아법이 수시로 바뀌고 서로 반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그런데 과학적 연구의 결과는 육아방법의 차이가 아이의 성격, 지성 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부모들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기 위해, 또는 좋은 인성으로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그렇지 못하다는 죄의식을 떨쳐버려도 좋다.



● 자녀를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말일까?


부모의 양육방법이 아이의 지능, 성격,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우리 아이들을 아무렇게나 키워도 상관없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부모라는 존재 자체가 자녀에게 매우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지능, 성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성격과 지능을 바꿀 수 없다고, 더 불행하게 키우고 싶은 건 아니지 않은가? 빈서판에 나오는 적확한 표현을 옮겨본다.


"우리가 아이의 미래를 쥐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현재를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현재를 아주 비참하게 만들힘도 쥐고 있다.(Abbott)"


신혼 초에는 배우자의 성격, 생활패턴을 나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부부싸움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결혼생활이 오래되면 결국 남편 또는 아내의 성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서로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서로의 성격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면 결혼 생활이 행복해 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녀를 부모가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이에 맞게 자녀들을 대한다면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우리가 매일 공부하라고 다그치고, 집에서 소리지르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아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현재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을 힘들게 한 부모를 애틋해 하거나 자주 방문할까? 이와는 달리 어린 시절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낸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만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이 성장한 후 부모를 찾고, 부모를 돌보는 것을 기꺼워 할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위해서라도 우리 부모들은 지금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 도서 : 빈서판-인간본성은 타고나는가 / 스티븐 핑커 /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도서 : 쌍둥인데 왜 다르지? / 팀스펙터 / 이유 옮김 / 니케북스

* 논문 : The Nonshared Environment in Adolescent Development(NEAD) Project: A Longitudinal Family Study of Twins and Siblings from Adolescece to Young Adulthood. / Jenae M. Neiderhser, David Reiss / Twin Research and Human 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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