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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Apr 29. 2019

[소다일기18] 네 아이의 엄마가 된 소다

2019년 4월 29일(월요일) / 이틀째 고사리 장마 


 두 달 만에 올리는 소다일기다. 3월부터 갑자기 제주동물테마파크 관련 사안이 마을에 터지면서, 반대집회와 기자회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기나 글쓰기보다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문 쓰기에 바빴다. 게다가 4월부터는 일주일에 3일 동안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시작하게 되면서 정신은 완전히 날아갔다.  이제야 겨우 소다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 소다의 출산과 집사들의 피난

 집사가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동안 소다는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3월 27일 늦은 밤에 날카로운 고음과 함께 양수가 터지면서 소다는 곧바로 내가 안방에 마련해 둔 상자에 들어가 네 아이를 낳았다. 소다를 꼭 닮은 하얀 고양이 1마리, 2마리 검은 줄무늬고양이, 검은색에 가까운 한 녀석이 태어났다. 암튼 그날부터 우리 부부는 안방을 소다와 아깽이들에게 빼앗겼고, 지금까지 아들과 딸 방으로 각각 쫓겨나 피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소다를 닮은 첫째 순희를 낳고 핥아주고 있는 소다.
네 마리의 아깽이들이 엄마 젖을 먹고 있이요.


| 귀여운 아깽이들

 태어나 눈도 뜨지 못했던 아깽이들은 10일쯤 지나자 눈을 떴고, 이제는 상자를 벗어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한번은 딸이 아깽이를 만졌다고, 새끼들을 전부 물어다 세탁실로 옮기는 소다를 간식으로 겨우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아깽이들은 걸음도 제법 걷고, 밤이면 집 밖으로 나와 지네들끼리 서로 레슬링도 하고 엄마가 먹는 물도 홀짝거린다. 거실까지 넘어오지 못하도록 책으로 방묘산성을 쌓았으나 간단히 뛰어 넘는다.  

이제 열심히 걸어다니며 장난치는 네마리의 아깽이들


| 육아로 지친 소다의 일과

 소다는 젖을 주다가 지치면 밖으로 나와서 멍하니 앉아 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딸이 수유하다 지친 것 같아 짠하다. 요즘 수유와 육아로 힘들어서인지  탈모가 심해져 빗으로 빗어주면 한 움큼 이상 털이 빠진다. 아내는 마치 사람이 출산했을 때와 비슷하단다. 그래서 그동안 주지않던 습식 사료를 하루에 한번씩 이상은 챙겨주고 있다. 최근 소다는 오전과 밤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서 2~3시간 콧바람을 쐬거나, 똥을 싸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출산 후 한달이 지나면서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소다에게도 쉼이 필요하고, 아깽이들도 점점 독립할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털이 많이 빠져 딸이 열심히 빗질해주고 있어요
힘들땐 두시간 정도 배변활동 겸 산책을 다녀옵니다


| 가장 큰 걱정거리와 가장 큰 낙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아깽이들을 어떻게 분양할 것인가이다. 2개월이 지나면 아깽이들을 분양해 독립시키려 한다. 일단 한 마리는 귀덕에 사는 지인에게 분양하기로 했는데, 3마리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녀석들을 보내기는 그렇고, 가까운 동네 지인들이 분양해 갔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이와 동시에 요즘 우리가족의 가장 큰 낙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깽이들을 보는 것이다.  아깽이들이 발가락 냄새를 맡고, 핥고, 깨물고, 바지에 매달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들 딸에게 만지지 말라고 다그치면서도 어느새 너도 나도 아깽이들에게 손이 가 있다. 소다도 이젠 그 모습을 쳐다보며 불안해 하거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를 친구로 받아들인 게 아닐까? 




제주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국내최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된 우리 마을(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코 앞에,  제주동물테마파크가 사자30마리, 호랑이 10마리 등 총 500여 마리의 열대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사파리를 만든다고 합니다.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받지 않고 제주의 마지막 남은 허파인 곶자왈과 세계적 자연유산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반생태적인 동물원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동참하실 분은 온라인 반대 서명 부탁해요!! 


제주 지금 이대로!!!

아이들은 곶자왈에서! 사자는 아프리카에서!!


❤️세계자연유산마을 앞 제주동물테마파크반대 서명

 >>>> https://forms.gle/Km25JvsDQVLB63L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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