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봤지만 모른 척했었는데 어제는 어쩐 일로 마음이 동했는지 아내랑 동문시장 나가는 길에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그 가게’에 들러 신발용 접착제를 2천 원에 구입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악어 입처럼 쩍 벌어진 틈에 숨어있는 마른풀을 입으로 후후 불어내고 구입해 온 본드를 듬뿍 발랐다. 마르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검은 테이프로 요리조리 고정했다. 설명서를 보니 완전히 굳는데 2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빵을 만들 때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리는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기다렸더니, 생각보다 짱짱하게 붙었다. 아싸 ~
고치는 수고보다 새로 사는 게 더 쉬운 세상이지만, 구멍 난 데 없이 멀쩡해 보이는 신발을 버리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다. 게다가 소근육 운동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하다 보니 내가 장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새 신발을 구입하면 '혹시 때가 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신을 때마다 괜히 마음이 불편한데, 덤으로 얻은 것이라 그런지 검은색 운동화는 마냥 편안하고 또 뿌듯하다. 언제 또 큰 입을 벌릴지는 모르지만 접착제도 여전히 남아있으니 걱정 없다!
운동화를 고쳐 놓으니 산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오후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마을 오름길을 걸었다. 백만 년 만의 산책에 노루도 깜짝 놀라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