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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Sep 20. 2022

우연히 다가오다

“불가능에 가까운 우연을 뚫고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당신은 이 순간 존재한다.” <‘위로의 책’ 중에서>    


미용실 얼마나 자주 다니세요? 단골 미용실 있으신가요? 처음에 어떻게 해서 그곳을 알게 되셨나요? 저는 미용실을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에요. 염색 안 한 긴 머리 스타일이라 유일하게 펌을 하러 1년에 한두 번, 머리가 많이 상했다 싶을 때 간간이 한 번씩 다니는 정도예요. 그래서인지 미용실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머리 잘하는 곳’, ‘펌 잘하는 곳’을 검색해서 늘 새로운 곳으로 다니곤 했어요. 그런 제가 지금 거의 3년째 다니는 곳이 있어요. 그날도 머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열심히 찾던 중 눈에 띄는 리뷰를 하나 보게 되었어요. 리뷰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갔어요. 머리 상태를 보시고는 이런저런 상담을 거쳐 마음에 쏙 드는 스타일로 만들어 주셨어요. 도저히 손 쓸 수 없을 것 같은 스타일을 되살려 놓으셨어요. 고작 한 줄의 리뷰였지만 믿고 찾아가길 잘했다고 수없이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물론이고 남편과 두 아이 모두 한 곳을 몇 년째 다니고 있답니다. 이제는 뭘 원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척하면 척인 경지에 도달했어요. 늘 만족스러운 결과는 말할 것도 없고요. 매번 미용실 알아보는 것도 번거로웠는데 더 이상 그런 수고로움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어느 날, 학부모 교육을 들었어요. 큰 기대 없이. 아이와의 관계 개선에 작은 도움이나마 될까 싶어. 그날 강의를 진행해주셨던 강사님을 저는 처음 알게 되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꽤 유명하신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강사님은 첫마디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이셨어요. 강사님의 매력에 빠진 저는 강의가 끝나자마자 말씀하신 카페에 가입했어요.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습관처럼 들락날락거렸지요. 그러던 중 ‘깐부 클럽’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몇 가지의 분야 중 저는 독서, 운동, 글쓰기, 요리가 하고 싶어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신중히 생각한 끝에 글쓰기 클럽에 가입했어요. 꾸준히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주에 한 편의 글을 쓰며 수필가 클럽 활동을 하던 중 또 하나의 글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엄마도 엄마의 꿈을 펼치자는 ‘내 책 쓰기 스터디 모임’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수필가 클럽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었던 거지요. 우연히 듣게 된 1시간 30분의 강의가 저를 내 책 쓰기 스터디로 이끌어주었어요. 나름 열심히 스터디에 참가한 결과 지금은 언젠가는 되고 싶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서른 분의 소중한 인연까지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첫 만남 기억나시나요? 저는 제가 사는 지역의 한 커뮤니티 모임의 회원이었습니다. 남편은 회원은 아니었지만 지인과 함께 어느 날 우연히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만나 연이 닿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인 분께서 저와 남편의 소개팅을 마련해주려고 했었는데 여의치 않아 생각만 하고 있던 중 너무나도 우연히 남편이 모임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정말 우연이라는 것이 기적을 만들기도 하나 봅니다.     



가끔 연예인들이 “오디션 보는 친구 따라갔다가 제가 합격했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정말 우연히도.”라는 말로 시작하지요. 생각해보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알게 모르게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냥 한 번 둘러볼 생각으로 들어간 옷 가게에서 마음에 쏙 드는 옷을 발견하기도,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자.’ 하며 방문한 음식점이 ‘맛집’인 경우도 있잖아요.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이었기에 결과가 더 놀랍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분이 두 배로 좋기도 합니다. 혹여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는 여유는 덤이고요.

     

우연한 시작이 뜻밖의 결과를 만들기도 하는, 그런 게 우리네 삶인 것 같아요. 누가 알았겠어요. 리뷰 한 줄 보고 찾아 간 미용실이 인생 미용실이 될 줄을. 어쩌다 듣게 된 강의가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브런치 작가’의 길을 걸어가게 할 줄을. 어느 소모임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될 줄을 말이지요.    


앞으로도 내일이 기대되는 우연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고 사소한 우연, 그것이 또 어떤 소중한 기적을 가져다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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