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경험(經驗)’의 의미

삶은 의미다 - 20

‘경험(經驗)’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으로써 얻은 지식이나 기능.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 깨닫게 되는 내용을 포함한다. 經(지날/글 경)은 뜻을 나타내는 糸(실 사)와 소리를 나타내는 巠(물줄기 경)이 합쳐진 형성자로 ‘지나다’, ‘글’, ‘세로’를 나타낸다. 驗(증험할/시험 험)은 뜻을 나타내는 馬(말 마)와 음을 나타내는 僉(다 첨)이 합쳐진 글자로 ‘시험’, ‘경험’을 뜻하는 한자다.

넓은 의미에서 경험은 개인이 기억할 수 있는 과거 전부를 뜻한다. 이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남은 삶을 살아갈 때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경험은 전적으로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으면 변질되거나 잊어버린다. 경험이 많을수록 다양한 상황을 겪어봤을 확률이 높고 경력이 길수록 그 긴 기간 동안 여러 변화를 접해봤을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 경력이 길고 산전수전 다 겪어 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훨씬 돌발상황이나 시대적 변화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변화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우도 많다. 반면 경험이 적은 사람은 돌발상황이나 변화를 겪은 적이 없거나 적을 가능성이 크니 오히려 더 경직된 태도를 보이게 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경험에 대한 유명한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말 중 ‘첫경험’을 뺄 수 없다. 첫경험은 ‘처음 하는 섹스(성관계)’의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인다. 수없이 겪는 처음이라는 경험 중에 유독 성경험을 첫경험이라 말하는지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성적으로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어색해지므로 대부분 돌려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니면 수많은 첫경험 중에 가장 황홀한 경험이거나.

살아가면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 자산이다. 다만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당신이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미래를 결정한다. 실패의 쓰라린 경험을 하고 나면 대부분 사람은 그것을 거울삼아 어떤 깨달음을 얻고, 환희의 성공 경험은 새로운 노하우로 축적되면서 삶의 튼튼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고통의 경험이든 기쁨의 경험이든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어라. 삶은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얻는 과정이다. 좋은 결정의 원천은 과거의 좋은 경험이 아니라, 나쁜 경험일 경우가 많다. 인생에서 가장 힘겹고 스트레스가 심했던 순간이 결국 인생을 결정짓고 동기를 부여한 순간이 된다. 반대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쁜 경험이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을 깨치고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다. 우리가 공부하고 배우는 이유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함인 것이다.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가 생기고 관심을 바꾸는 것이 공부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삶을 풍부하게 하고,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두 가지 자원이 외적으론 경제적 자립, 내적으론 경험을 통한 인생을 이해하는 힘이다. 자기 경험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자원, 정신 능력과 같은 의미이다. 자신이 경험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이 부족하면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자기 인생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을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게 정신적으로 자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난을 겪고 인생에 대해 심도 있는 경험을 해봐야만 비로소 풍성한 영혼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행복을 얻는 중요한 근원이 된다. 

경험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식 가진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희망 사항 한 가지~! 자식의 경험 기회를 박탈하지 말라. 부모의 자식 사랑은 무조건이다. 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잘 먹여 키우는 것까지야 뭐라 할까. 자식 안쓰러운 마음에 너무 편안한 길로만 안내하는 것이 문제다. 부모가 자식의 길을 안내하는 것 자체가 잘못의 시작이다. 부모가 양육하는 과정은 자식의 홀로서기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인생 선배로서 순수한 안내로 그쳐야 하지만, 부모의 욕심이 덧칠해지는 순간 안내가 간섭과 잔소리로 바뀌는 것이다. 삶은 늘 성공하고 평탄한 길만 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부모가 자식의 삶에 관여해도 고속도로만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자식에게 좌충우돌 시행착오의 기회를 줘라. 자식의 어려움을 부모가 치워주려 하지 말라는 얘기다. 부모와 자식의 모든 문제는 자식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넘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이 홀로서기 할 때 실패의 쓰라린 시행착오가 인생 자산이 되어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소비 중에 ‘경험을 산다’라는 말을 한다. 체험형 소비가 소유형 소비보다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바로 이 체험형 소비가 내가 가진 돈으로 특정한 경험을 구매하는 행위다. ‘경험을 산다’라는 것은 바로 ‘시간’을 함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돈을 들여 문화를 향유하고, 여행을 가고, 운동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권장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결합하여 여행산업을 탄생시켰다. 여행은 무한한 ‘경험의 시장’이다. 여행산업은 교통수단이나 숙박 시설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 여행에서 프랑스는 나라가 아니고, 파리도 도시가 아니며, 에펠탑도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 경험이다. 여행이란 경험을 통해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 가능성의 잠재력으로 축적되며 더 행복해진다. 그래서 모두 떠나려 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가지 방향은 고통을 회피하고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어려움도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다. 당신이 경험한 어려움은 당신의 멘탈 안에 깊이 새겨져, 더 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고통의 경험도 즐기고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방황하면서 고민했던 생각과 경험들은 지금의 나에게 보석 같은 자산이라는 말이다. 반면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상처가 되어 트라우마로 남게 되면 다가오는 비슷한 고통에 대하는데 두려움이 된다. 이때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빚’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인류는 누군가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나는 과거의 경험이 축적된 집성체이다. 학생 시절 징그럽게 싫어했던 공부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가는 과정이다. 지식과 기술의 습득에는 목숨 걸고 노력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공부하는 데는 소홀할 뿐만 아니라 형편에 따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디딤돌이 지식보다 다양한 경험이고,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그 경험들이 행복하게 해 준다. 여행을 통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예술을 누림으로써 행복한 경험을 쌓아가는 데 노력하는 사회가 살기 좋은 선진국이다. 우리도 좁은 의미의 공부에서 넓은 의미의 공부로, 지식과 기술의 습득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희망 사항일 뿐인가?

당신이 겪은 많은 경험은 당신을 전문가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전문가는 남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알고 있는 사람이고, 세상은 그런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고 분석하는 능력의 소유자. 경험을 통해서 하나하나 경우의 수를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사라지는 하루가 아니라 쌓여가는 하루가 될 때 전문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두 팔을 활짝 벌려 환영하라. 끔찍한 경험에서 배우고, 좋았던 경험을 회복하여 풍요로운 삶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