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중독(中毒)’의 의미
삶은 의미다 - 80
‘중독(中毒)’은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나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해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정상적 생활이나 활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은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것이라면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약, 술, 도박, 게임, 음란물, 섹스, 스마트 폰, 일, 쇼핑, 돈, 종교 등 수없이 많다. 중독 종류는 독성을 지닌 음식물이나 약물 등의 물질이 몸에 들어와서 이상 반응이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뜻하는 신체적 중독과 사물, 사상 등에 빠져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정신적 중독이 있다.
신체적 중독은 외부로부터 물질이 몸에 들어와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물질 중독이라고도 하며, 마약, 술, 담배, 약물, 중금속, 동식물의 독 등에 의한 중독이 있다. 반면 정신적 중독은 쾌락을 얻기 위해 사물, 사상 등에 의존하게 되고 행위에 빠지는 중독으로 행위 중독이라 하며, 도박, 게임, 쇼핑, 스마트 폰, 성형 등에 의한 중독이 여기에 속한다. 정신적 중독의 경우 ‘탐닉(耽溺)’이라 하는데, 신체적 혹은 정신적 원인으로 강화 효과가 생겨 특정 행동이나 물질 등에 집착하여 정상적 생활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한다. 신경증의 일종이며, ‘의존증(依存症)’, ‘의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너무 재미있게 살려는 것이다. 중독의 시작은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있다. 과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중독에 잘 빠지는 유형은 두 부류가 있다. 먼저 자극 추구형이나 승부사의 기질은 가진 사람이 중독에 빠지기 쉽다. 쉽게 말해 어떤 일이든 끝을 보는 성격의 사람이 있다. 긍정적이고 좋을 일을 하면서 승부사의 기질이 있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부정적인 부분에 끝을 보는 기질을 발휘하면 중독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또 한 부류가 현실 도피형이나 적응장애의 사람들이다. 현실을 피하고 잠깐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서 중독에 빠진다. 마약, 술 등을 하는 그 순간은 세상 시름 모두 잊고 즐겁기 때문이다.
술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식품이자 마약이다. 마약으로 취급하지는 않지만, 마약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합법적인 식품이다. 숙성된 과일을 섭취하는 인간은 자연적으로 발효된 알코올에 익숙해진 상태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더욱 술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대량생산 함으로써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친목 도모, 인간관계 증진, 사교, 협상 등 술 마시는 것을 문화로 발달시킴으로써 술에 대해 매우 관대하게 되었다. 술을 안 마시면 이야기가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제하기 어렵고, 적정량을 넘어선 술로 인해 중독에 이르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오래전에 담배는 끊었지만, 술은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다.
연인 사이에 애교의 말로 ‘난, 너에게 중독되어 있어.’라며 깊은 사랑을 표시한다. 사람 사이에 서로 떠나서는 살지 못하는 집착에 가까운 관계를 ‘관계 중독’이라 한다. 요즘 성폭력으로 많은 문제가 되는 ‘가스라이팅’이나 ‘착한 여자 콤플렉스’도 여기에 속한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폭행이나 성폭력과 같이 학대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그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다. 주변에서는 바보스럽다 미련하다며 비난해도 그 관계를 잃으면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존재 의미를 두는 것이다. 스스로 즐기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존하는 성격이 관계 중독을 불러오고, 일종의 최면과 같다.
정신의학자 제럴드 메이는 ‘이 땅에 사는 사람의 95%는 무언가에, 누군가에 중독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 폰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 ‘휴대폰 동물’이라 하지 않던가. 폰 속에 사회의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고, 기술 발달의 위대함이 인간의 속성마저 바꿔놓은 것이다. ‘난 자리는 몰라도 든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보다 폰에 더 적합하다. 폰을 잊어버리고 난 다음의 허망함이라니. 사라진 폰과 함께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경험은 우리가 이 요물에 얼마나 빠져 사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폰의 편리성에 빠져 그것에 의존하며 살았던 내가 고스란히 보인다. 전화번호, 주소록, 메모, 방명록, 각종 추억과 사진 등, 거기에 모든 신분증, 카드까지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거덜 난 느낌 아닌가. 모든 소통 수단이 사라진 당황스러운 상황이 중독의 결과임을 증명하고 있다. 가히 폰 중독, 폰 노예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니고, 여기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늠하기 어렵다.
중독의 늪에 빠진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가 있다. 늪은 한 번 빠지면 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빠지는 속성이 중독의 속성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에 중독된 사람의 뇌가 완전히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5년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또한 중독의 치료는 100 아니면 0이다. 중간쯤 치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강한 결심으로 끊고 잘 지내다가,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1년이든 2년이든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강한 결심만으로 담배를 끊는 사람은 1~3% 정도 된단다. 오죽하면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라는 농담이 있을까. 약물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10~20% 정도 끊는다니 얼마나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통계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너무 강한 쾌락 유혹의 그림자 속으로 발을 내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일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진화되었지만, 그 중독의 희생물이 내가 될 필요는 없다. 한 발 내딛는 순간,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를 파멸의 늪에 빠뜨리는 것이 중독이다. 그럼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재미없게 살아야 하는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쾌락이나 재미도 넘치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다만 넘치지 않을 만큼의 자제력을 발휘하여 재미를 누리는 것이 행복한 삶의 지혜다.
술, 담배를 안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술, 담배가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돈, 권력 등도 내가 가야 할 행복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것에 불안해하거나 굴복할 필요가 없다. 무엇에 중독된다는 것은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돈에 노예가 되지 말아라. 명예의 노예가 되지 말아라. 헛된 욕심의 노예가 되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은 어느 것에도 중독되지 말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찾아 살라는 말이다. 어떤 속박이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 자유인이 되는 것을 희망하라.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삶이 행복을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좋아하는 것에 미쳐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한다. 살다 보면 시절마다 유혹당하여 미친 듯이 좋아하면서 살게 된다. 요즘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가 있는 사람을 이르는 ‘덕후’란 말과 같다. 쾌락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이 있던가. 보상과 쾌락의 극대화를 얻기 위하여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면 몰입이고,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면 중독이다. 중독과 몰입은 백지 한 장 차이인 것이다. 누구나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무엇인가에 미쳐서 살고 있다. 일, 독서, 여행, 운동 등 삶에 긍정적인 면에 미쳐 살면 성공에 이르고, 마약, 술 등 부정적인 면에 미쳐 살면 망한다.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라는 말도 있다. 어느 정도 미치고 몰입하는 삶은 성공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살면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치를 구분하는 혜안을 갖고, 그 가치에 적당히 미치고 중독되어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이다.
하늘과 땅과 자연이 어우러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천국이다. 쾌락을 좇는 행동이나 그 어떤 약으로도 다른 천국은 찾을 수 없다. 다른 천국을 찾기 위한 방법에 몰두하다가 중독의 늪에 빠지지 말고, 현재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면서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