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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ug 18. 2023

104. ‘문제(問題)’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04

문제(問題)’란 기본적으로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실과 관련된 일, 해결하기에 어렵거나 대응하기 곤란한 일, 논쟁, 논의, 연구 등의 대상이 되는 사항, 트집이나 시비가 생길 만한 일, 여러 사람에게 알려져 이야깃거리나 논란거리가 된 일 등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 問(물을 문)은 뜻을 나타내는 口(입 구)와 소리를 나타내는 門(문 문)이 합쳐진 글자로 ‘묻다’, ‘질문(質問)하다’를 뜻한다. 題(제목 제)는 뜻을 나타내는 頁(머리 혈)과 소리를 나타내는 是(이 시)가 합쳐져 글이나 이야기에서 가장 앞에 있고 중요한 부분을 가리키는 ‘제목(題目)’, ‘주제(主題)’ 등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그거, 문제네’, ‘문젯거리’ 등의 표현은 앞으로 예상되는 어려움이나 부정적인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노력해야 할 대상의 의미가 있다.

가장 평범한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의 문제에는 시험 문제가 으뜸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공부이고, 공부한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시험인데 그 시험은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어떠한 지식과 답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수없이 많은 종류의 문제들이 있고 모두 언급하기는 불가능하다. 그중에 백미는 수학 문제가 아닐까. 요즘 화제가 되는 수학능력시험에 ‘킬러문항’이란 단어까지 생기게 되었으니. 칼러문항은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따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꼬고 꼬아서 만든 초고난도 문제를 의미한다. 극소수의 수험생만 풀 수 있는 문제로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문제라는 문제점도 있고, 수포자를 양산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대부분 학생과 수험생은 지금, 이 순간도 전국의 학교, 도서관, 카페 등에서 밤은 낮 삼아 치열하게 싸우는 대상이 ‘수학 문제’이다. 그러다 사회에 나오면 사회의 문제와 결혼하면 가정 문제와 나이 들어 노년이 되면 삶의 문제와 한 시도 쉴 틈이 없이 부딪치는 것이 ‘문제’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삶이다. 이렇게 보면 삶은 문제와의 전쟁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학생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문제를 잘 풀고 해결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이니.

사회과학에서의 문제는 개인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이상적 상태를 현실적 여건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부닥친 개인은 ‘문제에 처해 있다.’라고 할 수 있고, 똑같은 문제에 처해 있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면 이를 두고 사회 문제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실업 문제, 위생 문제, 저출산 문제 등이 있다. 이런 사회 문제로 확대되면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렵고, 공중이나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수학의 문제가 푸는 것이라면 사회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다. 

살면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당신 앞은 앞에 가장 문제는? 등의 물음에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 다른 답을 할 것이다. 아마도 제일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문제가 돈 문제 아닐까? 돈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고, 그들은 돈 문제만 해결되면 만사형통인 줄 안다. 하지만 죽도록 노력해서 돈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사람 문제만 해결되면, 직업이 없는 사람은 평생 할 수 있는 일만 찾으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줄 안다. 하지만 한 사람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사람 문제가 끝없이 이어지고, 직업 문제가 해결되면 연봉, 승진 문제가 발생하여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백수 생활을 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듯 인생에서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문제가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내 삶이 사라지는 날이다.

시험 문제나 삶의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것을 완전하게 풀고 해결하기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삶이 편해진다. 다만 시험 문제는 푸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삶의 문제는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경험한다. 평생 책을 통한 공부, 여행, 성공과 실패 등을 통한 다양한 경험이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나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슬기롭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디딤돌이 된다.

수학 문제 풀이에 온갖 정신을 쏟아부었던 고교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 수능이 ‘예비고사’라는 자격 정도의 시험이고, 대학별 본고사가 치러지던 시절이니 수학이나 물리, 화학 등의 문제는 지금의 킬러문항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려웠다. 수학을 제일 잘하는 학생 서너 명이 책상에 둘러앉아 한나절을 씨름해도 답을 못 찾고 각자 집으로 가져가 밤새워 풀어와 다음날 풀어온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며 공부했다. 그때 내가 풀었을 때의 황홀함을 무엇에 비할까.

인생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문제를 맞이하면 된다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를 괴롭히는 괴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안으로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문제를 발판으로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겠다는 마음가짐과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나 노하우의 축적이 인간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해 준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끙끙대던 어제보다 문제를 해결한 오늘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더 행복한 것이다. 세상의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더 큰 문제를 해결했기에 성공한 사람들이다문제가 없으면 더 큰 문제를 찾아 나서 새롭게 만들어 놓는다다만 성공한 사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과 세상의 문제를 찾아서 해결한 사람들이란 것이 다르다.

창조적 사고에 관한 선구적 연구자인 윌러스는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로부터 몸과 마음이 일시적으로 떠나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결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잠시 떠나 전혀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이다.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안 풀리는 문제를 계속 끌어안고 있어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괴롭고 힘들면 무조건 그 문제로부터 잠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예부터 잡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문제를 해결하는 세 장소를 침대, 화장실, 말을 타고 갈 때라고 했다. 말을 타고 가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버스나 차를 탈 때 아니겠는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차를 타거나 잠을 자려 할 때, 문제 해결 방법이 유레카하고 떠오르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때로는 벗어나 보자.

나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 나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해결해준다는 것은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줄 수도 없다. 이 또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은 길이다.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관계의 특징이 서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자기만족을 얻으려 하는 데 있다관계가 건전해지려면 상대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자신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타인에게서 빌리려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경험에 뛰어드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으로 경험하는 것, 최대한으로 문제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No problem~!’이 있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초월했다는 듯 말하고 있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문제가 없을 수 없다. 특히 ‘No problem’의 기준이 다른 사람일 때 쉽게 가능해진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자기중심의 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No problem’은 있을 수 없다. 나에게는 늘 ‘Big problem’일 뿐이다. 생각의 중심은 내게서 공동체로, 내게서 세상으로 더 크고 넓게 보는 것이 ‘No problem’을 실현하는 길이긴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특히 이권, 권력 등의 다툼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 폭력이란 사실을 아는가. 이것이 사람에서 국가 간의 문제로 확대되면 전쟁과 살육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총과 칼 같은 무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기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 사이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기술의 산물이 호미와 같은 농기구, 농기계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과 다양한 방면의 문제를 제일 빠르고 잘 해결해주는 것은 컴퓨터일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발명한 모든 문명은 인간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내가 먼저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경직된 태도로 문제를 대하기 때문이다. 계산적이고 교만한 태도가 문제를 안고 가게 만들고 걱정과 불안, 불행의 씨앗이 된다.

인생에서 뛰어넘어야 할 커다란 장애물 중의 하나가 매일 시시로 닥치는 크고 작은 문제를 넘는 것이다. 어려운 시련과 문제는 삶의 기술 근육을 키울 수 있고,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찾아오면 획기적으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라 여기면 피하기보다 환영할 일이다. 행복은 문제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아닌가.

크든 작든 누구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를 보고 기죽지 말자. 더 크고 어려운 문제가 닥쳤다는 것은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좋은 기회다. 넘는 산의 높이만큼 더 큰 능력이 생긴다는 것과 아무리 큰 문제도 결국 해결된다는 믿음과 함께.   

   

문제없는 세상을 기대했다면 꿈 깨라문제가 전혀 없는 삶을 기대하는 사람도 꿈 깨라세상에서 삶에서 문제가 사라질 일은 없다삶은 문제로부터 나오고 인생도 문제로부터 나오며 의미가 주어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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