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05
‘포기(抛棄)’는 ‘하던 일이나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는 것, 또는 자기의 권리나 자격, 물건 따위를 내던지는 것’을 말한다. 抛(던질 포)는 뜻을 나타내는 手(손 수)와 음을 나타내는 (미상 포)가 합쳐진 한자로 ‘던지다’, ‘버리다’를 뜻한다. 棄(버릴 기)는 바구니에 아기를 담은 모습을 본뜬 한자로 죽은 아기를 처리하는 방식, 또는 가난하여 아기를 키울 여유가 없어 내다 버리는 것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버리다’, ‘그만두다’를 뜻한다. 포기(抛棄)가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줄임말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보는 바와 같이 ‘포’에 사용되는 한자가 다르다. 자포자기는 ‘절망 상태에 빠져 스스로 자신을 내버리고 돌보지 않음’이란 뜻이다.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이유가 뭘까?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포기의 이유는 많다. 피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 나약한 의지, 어쩔 수 없는 주변의 상황, 간절함의 부족, 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하던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기의 근본적인 이유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함’ 때문일 것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알 수 있다면 포기할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특히 성공의 결과를 얻는다면 누가 포기하겠는가. 미래를 알 수 없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포기하는 마음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의 대부분은 미래를 알 수 없듯이 끝을 알 수 없다.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 적금을 넣어 만기가 되면 얼마를 탈 수 있다는 것, 3년을 공부하면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것 등은 끝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어렴풋이나마 끝을 알 수 있는 일은 포기할 확률이 낮다. 똑같은 공부지만 취업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 매일 아침 과감하게 이불을 차고 일어나 하는 운동 등은 시험 합격이나 얼마나 튼튼한 몸이 될 것이냐는 알 수 없고 막연하다. 즉 내가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쓸데없는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늘 따라다닌다.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내 안에 조금씩 쌓여 언젠가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내 노력을 믿지 못해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내 안에 쌓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사실을 믿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볼 만하지 않은가?
보통 사회적으로는 어려운 일을 만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자세를 미덕으로 여긴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노력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지막까지 간다. ‘다 포기하지 마! 또 다른 모습에/나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이란 노래 가사도 있고,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에 대한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저는 1000번을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전구는 1001번째에 발명된 거죠.” 우리나라에도 ‘포기란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다.’라는 유행어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을 성공의 필수조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포기하면 얻는 것이 없을 테니.
하지만 지나치게 포기를 몰라 노력이 아닌 아집이나 고집으로 변하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일조차도 포기하지 못해, 결국 자신도 손해를 보거나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이 허다하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불가능한 일, 소중하지 않은 일에는 목숨 걸지 말고 때로는 포기를 할 줄 아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이런 경우 포기가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언젠가는 될 것 같은 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희망 고문’이라 한다. 이런 희망 고문은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집착에 빠지기 쉽게 한다. 해도 안 될 거라는 것을 누가 아는가. 맞다. 미래를 모르고 끝을 모르니 될 것인지 안될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일에 매달리는 일은 헛된 노력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끈기 있고 집념이 강한 사람이 포기를 못 하는 이유가 포기한 자신이 나약해 보이는 것을 극히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착의 굴레에 빠지는 것이다. 실현 불가능하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 아니라면, 또한 해내겠다는 집착이 나의 소중한 것들을 뒤로하게 한다면 힘들어도 집착을 멈추고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포기하고 대신 그 에너지를 다른 데 쏟을 줄 아는 지혜, 집착과 집념을 구분하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 자세, 포기가 더 어렵지만 때로는 포기가 더 현명한 거다. 또한 하다가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면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쉬울 수도 있다. 일이 어렵지 않아도 싫증이 나거나 나와 맞지 않아 포기할 수도 있다. 해봤으므로 후회가 없고 해보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소중하게 남는다.
사람들이 포기하기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를 쏟은 결과이고 포기했을 때의 상처로 인한 후유증이 어느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과 연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대로,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대로 만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이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생길 것이니 다음은 점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이든 일이든 요모조모 따지지 말고 일단 시작해보자. 결과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사람이나 일에 대한 경험은 오래오래 삶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포기는 양면성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의 포기는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포기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다. 반면에 긍정적인 의미의 포기는 지금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기는 또 다른 선택이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좀 더 나은 학교나 직업 등을 선택하기 위해 현재의 상태를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재수를 택하는 학생, 취업하고도 더 나은 직업을 향한 퇴사 등은 건전한 포기라 할 수 있다. 다만 긍정적 포기가 성공적 결말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분석 없이 괜한 기분에 치우쳐 감행하는 포기는 또 다른 고통만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긍정적 포기와 비슷한 ‘전략적 포기’라는 것도 있다. 아그리파 컨설팅 대표인 폴 럴켄스는 말한다. “‘포기하는 자는 승자가 되지 못한다.’라는 말은 틀렸다. 승자는 늘 포기하고 그만둔다. 다만 현명하게 포기 결정을 내릴 뿐이다. ‘전략적 포기’는 시간을 쏟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일들을 포기하는 것, 혹은 그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포기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더 위대한 다른 일을 위해 쓸 수 있다.” 나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를 하되, 대신 내가 가진 핵심 역량, 즉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을 집중하여 투자한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이야기이다. 학설에 의하면 나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쉽다고 하다. 나의 역량을 강점으로 집중시켜 극대화할 때 능력 중심의 경쟁 사회를 헤치고 나갈 수 있다.
포기의 시작은 능력이 부족하고 상황이 안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상황이나 내 능력의 모자람을 나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후회와 자책, 시간과 노력의 손실, 자아 존중감 감소 등에 괴로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라는 간단한 이치로 빈손이 되면 가볍게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무리 긍정적․전략적 포기라 해도 포기는 어렵고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쏟아부은 땀방울이 있는데 어떻게 쉽게 포기가 되겠는가.
세상에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단 한 번뿐인 삶이고, 포기하면 안 되는 것들이 삶을 이끌어가는 자기의 꿈이나 정체성, 삶의 지향점 같은 것이다. 반면 사소한 일은 포기해도 그만이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긍정적 포기나 전략적 포기 등과 같이 용기 있는 포기도 있다.
성공을 위하여 철저한 자기 분석을 통한 긍정적․전략적 포기의 지혜를 실천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