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06
‘후회(後悔)’는 ‘과거에 잘못한 일을 두고두고 생각하면서 한탄하는 행위’를 뜻한다. 後(뒤 후)는 彳(조금걸을 척), 幺(작을 요), 夂(뒤져올 치)가 합쳐진 글자로 ‘거리에서 실에 묶여 뒤처진다.’라는 의미에서 파생되어 ‘뒤’, ‘뒤떨어지다’를 뜻한다. 先(먼저 선)이나 前(앞 전)과 대비되는 한자이다. 悔(뉘우칠 회)는 뜻을 나타내는 心(마음 심)과 소리를 나타내는 每(매양 매)가 합쳐진 한자로 ‘뉘우치다’를 뜻한다.
후회의 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중에서 자기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정적 감정이다. 매우 독특하여 정신과의 심리 상담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감정 중 하나다. 『후회의 재발견』 저자 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네 가지 단계로 분류했는데, 첫째, 기반성 후회(그 일을 했더라면~), 둘째, 대담성 후회(위험을 감수했더라면~), 셋째, 도덕성 후회(옳은 일을 했더라면~), 넷째, 관계성 후회(손을 내밀었더라면~) 등이 핵심 후회라 했다.
동양이나 서양에서 후회에 관한 속담이나 격언이 많은데, 이탈리아 속담에는 ‘배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배를 구할 방법을 알게 된다.’라는 속담이 있고, 한국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같은 의미의 속담이 있다. 사자성어로 망양보뢰(亡羊補牢 -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도 있다. 좀 더 자극적인 속담으로 영국에는 ‘Opening the eyes of dead children.’(죽은 자식 눈 열어보기), 똑같은 뜻으로 한국에서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의 고사성어에는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 환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약을 처방한다.)’ 등이 후회에 관한 속담이나 격언들이다. 그만큼 인간이 하는 많은 행동에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하고 나서 후회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 요즘은 ‘소는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라는 말로 뒤집어 얘기한다. 잘못된 일이 발생한 원인을 방치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으니 후회할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예방하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후회하는 대부분의 일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며 현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과거의 선택에 대해 ‘만약 이랬더라면~’하고 생각을 반복하는 상태다. 그러나 끊임없는 후회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결과만 낳을 뿐, 앞으로의 일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특히 일상생활에서나 잠들기 전에 후회의 파도가 밀려오면 불면의 밤이 되고 육체적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후회는 자학이고 독이다. 후회는 일회성으로 끝내야 한다. 과거의 그 일을 교훈 삼아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게끔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실제로 수백 번 후회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후회할 시간에 그것을 수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거나, 다음에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굳게 다짐하고 깨끗이 잊는 게 후회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후회로 괜한 시간을 낭비하면 나중에 낭비한 시간에 대한 또 다른 후회가 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순차적으로 따라오는 후회로 진짜 무서운 점이다. 후회할 일이 있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니 앞으로 살면서 반면교사로 삼으면 된다.
우리가 가끔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후회 없이 살 수 있을 텐데~!”라며 말하곤 한다. 두 번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지금에 만족한 삶은 사는 이유도 있지만, 젊은 시절 너무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인생을 되돌아보면 후회되는 장면이 수없이 많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어찌 없을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렇게 살아온 것도 한 인생이다. 인생을 다시 한번 더 산들 후회와 시행착오가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하지만, 상황이 변한 훗날에 보면 또 다른 선택의 길이 좀 더 좋았을 것이라 막연한 기대를 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회를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회는 자책을 부르고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 잘못된 선택이나 실패에 대하여 지나간 뒤에 후회하고 좌절하는 사람보다 실패를 경험 삼아 더 높은 곳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람이 된다면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란 말을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고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피하고 싶지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많다. 만족하지 못하거나 아쉬운 마음이 가슴에 남아 털어버리지 못하면 후회의 감정으로 남아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후회는 과거의 일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이란 속성을 이용하면 다르게 볼 수 있다. 잘못되거나 실패의 결과를 알게 되어 뭐가 잘못되었는지 분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이렇게 후회를 통해 결과를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면 다음에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는 역량으로 바꿀 수 있어 자신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다. 아프지 않은 후회가 있겠는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한 ‘세상의 모든 일에서 배운다.’라고 하지 않던가. 후회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쪽에 괴로움과 아픔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 뼈아픈 경험이라는 값진 선물이 있는 것이다. 충분히 힘들어하고 아파해도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이 책에 소개된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껄껄껄’ 인생을 살지 말자는 말도 한다. 임종 직전의 환자들이 말하는 ‘껄껄껄’을 소개해 보면, 첫째, 내 뜻대로 살아볼 걸~, 둘째,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걸~, 셋째, 내 기분에 좀 더 솔직하게 살 걸~, 넷째,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걸~, 다섯째, 좀 더 행복을 위해 도전해 볼 걸~ 등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매사를 즐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사람의 희망 사항이겠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나이가 어떻든 지나온 삶이 후회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청춘의 꾸는 꿈과 노인의 꾸는 꿈이 다르겠지만, 젊으면 젊은 대로 나이 들면 나이 든 대로 그들만의 고민과 어려움과 회한이 있다. 청춘의 꿈이 이루어진 노인은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인생은 후회가 가득 찬 삶의 연속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랬어야 하는데~’,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걸 선택했어야 하는데~’ 등의 후회를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다.
다만, 조금이라도 후회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하면, 첫째, 지금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들은 하기 싫고, 별 도움이 안 되는 일은 하고 싶다. 공부는 하기 싫고 게임이나 오락은 하고 싶은 이치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하기 싫은 공부, 독서, 일 등을 하는 것이다. 둘째, 내가 한 선택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후회는 대부분 잘못된 선택에서 온다. 하지만 완벽한 선택도 없고 나쁜 선택도 없다. 완벽한 선택을 했다고 해도 훗날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아쉬운 선택일 수 있다. 아쉽고 부족한 선택이지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셋째, 후회는 삶에서 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완벽한 선택이 없듯이 후회 없는 삶도 없다. 기대했다면 꿈 깨라. 후회는 삶의 과정으로 우리를 성장케 하는 촉매라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선택의 결과와 후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좀 덜 후회하고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이지만, 아마도 지금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을까.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을 훤히 알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들이 어디 공부뿐이랴.
살면서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후회 없는 완벽한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크든 작든 후회는 우리의 일상이고, 삶의 과정이다. 어쩌다 마음속 깊은 상처를 남기는 후회도 있지만, 어떤 마음으로 후회를 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지고 예기치 못한 것들을 가져다준다. 또한 어떤 선택에 후회만 하면서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그리고 두 번 살 수도 없다. 설령 지나간 선택이 조금 잘못되었을지라도,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면 의미를 찾아가며 그 길을 나의 길로 닦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삶의 올바른 방향이다. 최종 결정을 내가 한 선택에 내가 책임을 지는 방법은 내가 한 선택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막연한 동경과 후회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작은 오늘이 제일 빠르고 후회는 오늘이 제일 늦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이왕 후회할 바엔 빨리하고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사람이 완벽하게 살 수 없기에 따라오는 후회는 당연하지만. 후회는 과정을 거쳐 반성과 분석을 통한 잘못을 빨리 깨우치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후회할 일이 생기면 빨리 후회하고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아무리 후회해봐야 시계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오늘도 인생의 시계는 멈출 줄 모른다.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동경과 후회보다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으로 앞으로 나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