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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Mar 24. 2024

150. ‘책(冊)’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0

()’은 문자나 사진그림 등의 이미지를 인쇄하여 철한 매체이다. 책을 읽는 걸 독서(讀書)’라고 한다. 冊(책 책)은 대나무 여러 개를 묶은 모습을 본뜬 글자로 ‘책’, ‘책봉하다’ 등의 뜻이다. 고서(古書)의 수량을 나타내는 ()과 책()이 있는데, 권(卷)은 내용상 구분되는 장(章)의 개념이고, 책(冊)은 종이를 제본하여 묶은 단위이다. 지금 ()은 책을 세는 단위로 사용한다. 책을 말할 때는 일본에서는 ‘본(本)’을, 중국에서는 ‘서(書)’로 쓰고, 일본에서 책(冊)은 우리의 권(券)과 같이 책을 세는 단위로 사용한다. 

종이 이전의 기록매체는 동양에서는 간독(簡牘)이라 하여 대나무나 나무에 글씨를 쓰고 실로 엮은 형태, 서양과 오리엔트 지역에서는 점토판, 파피루스, 양피지 등의 대체재가 있었으나 비효율적이었고 매우 불편했다. 현대인의 책 한 권은 죽간으로 수레 한가득 분량이었다. 그 후 중국 채륜의 종이가 발명되고 15세기 활판 인쇄술이 보급되어 르네상스로 인한 고전에 대한 욕구가 반영되면서 책의 수량과 지식 보급이 폭증하였다.

책은 수많은 사람의 경험과 사상 등이 집약된 지식의 산물이므로 간접 경험이나 통찰력에 큰 도움을 주며 인격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또한 제대로 된 책이라면 사고 과정을 거친 완결된 지식 체계를 구축하게 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책을 읽는 일(독서)을 통해 다양한 사고방식에도 눈을 넓히게 된다. 따라서 수많은 지식인은 책에 대한 예찬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는 방식이 디지털로 다소 바뀌었을 뿐, 사실 책의 가치는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기에 굳이 종이로 된 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인터넷 세상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거대한 정보와 지식이 쌓여 있는 무한대의 도서관이다. 다만 정제되지 않는 정보와 지식도 널려 있지만,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이제 인터넷은 본격적인 도서관과 서점이 되어가고 전자책 출판이 상용화되고 있는 시점에 종이책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 따라서 굳이 복잡한 과정을 겪어 책으로 낼 정도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려는 작가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종이책이 휴대성이 불편하여 인기가 떨어졌지만 전자 매체보다 가독성이 좋다. 휴대성이 좋은 전자 매체가 발달하여 독서량이 증가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종이책의 인기가 떨어진 만큼 국민의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종이책은 가독성이 좋은 것 외에 파손이 잘 안되고 저렴하며 많은 분량일 경우 매우 유리한 점도 있다. 특히 장편, 학술 분야의 책에서는 훨씬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피아제, 몬테소리 등 아동 학자들은 학령기 이전 3〜5세의 아이들에게 이미 문자를 익힐 능력이 있다는 데 입을 모으지만, 문자를 익혔다고 책 읽을 능력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흥미와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을 갖출 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어렸을 때 누워있는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던 경험이 새롭지 않은가. 아이와 자기 자신까지 유익하고 행복했던 기억까지. 그것이 바탕이 되어 아이의 고등 정신 기능이 일깨워지고, 어휘력, 상상력, 이해력 등이 차츰 성장하는 지켜보는 기쁨은 오히려 덤이었다. 지금도 수학 공식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기 위해 비싼 학원을 전전하기보다 가까운 학교나 지역 도서관에 보내 좋은 책 한 권한 구절을 읽게 하는 것이 훨씬 더 권장하고 교육적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 가장 필요한 교육 중에 하나다. 책을 통한 올바른 독서교육은 창의적 사고능력과 전인적 인성을 함양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교에서 많은 선생님을 만나지만, 책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인생의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신용호 교보문고 회장님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우리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 폰 대신 책을 쥐어 주자.

고(故) 장영희 교수는 책을 읽는다는 건 꿈을 품는 일이라면서 책은 내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꿈이다.”라고 했다. 만약 자신이 일생의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가 가벼운 책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일이라는 말이다.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가 옛날 대학 시절 여대생들이 책 한두 권을 가슴에 꼭 안고 다니는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캠퍼스나 거리에서 예쁜 여학생들의 가슴에 안긴 책 한두 권은 액세서리 역할도 했던 시대다.

        

인간은 기껏해야 100년도 살지 못한다. 책은 이러한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질적 수명을 천 년만 년심지어 십만 년 이상으로 연장해 준다. 인생을 살면서 꼭 들어봄 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온 힘으로 자기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어떤 책을 읽으면 저자의 10년 고생 고생한 결과물을 하루 만에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순식간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이다. 수천 년 역사를 통과해 살아남은 인류의 고전들은 어떨까? 뛰어난 사상가가 수십 년을 바쳐 써낸 책의 실질적 가치는 100년은 족히 넘지 않을까? 고전 한 권만 읽어도 100년은 번 것이다. 이렇게 책과 함께하면서 실질적 수명을 연장하는 셈인데, 세상에 이것보다 더 남는 장사가 또 있을까. 

책 속에 사람이 있다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책을 쓴 사람을 한 번 만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그 책 한 권에는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천 년 전의 사람도 만날 수 있고, 백 년 전의 사람도 만날 수 있고, 오늘의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다. 많은 돈 들여 유명인을 찾아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인간은 결국엔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혼자 보내는 시간 대부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특히 사회 현장에서 은퇴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철철 흘러넘친다. 개인적으로 이럴 때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용성 있게 보내는 방법이 책과 함께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그 누구에게 심심하니 놀아달라 아쉽게 애원할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그리 많은 돈이 필요치 않은 최고의 시간 죽이기가 아닌가. 아니 시간 살리기이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수만 있다면 여러 사람과 있을 때 못지않게 책 속의 풍요로움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생각의 확장성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어 더욱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책의 가장 큰 의미는 비로소 독자가 읽어야 생긴다. 책을 사는 것은 책을 읽는 시간도 함께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과의 교제도 결국 함께 보내는 일 아닌가. 책과 사귐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책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 가치가 있고 생명이 살아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은 책은 자기 손때가 가장 많이 묻은 책이다. 이렇게 책에 손때가 묻으려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 또한 책은 TV나 스마트폰으로부터의 중독을 치료하는 명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잡는 대신 책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책을 더 가까이 두는 것이다.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곳에 책을 배치해 보자. 책상뿐 아니라 식탁, 거실, 침실, 화장실 등 눈길이 닫는 곳이라면 어디든 책 한두 권씩 던져 놓는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틈틈이 책을 읽는 것도 좋다. 따라서 가방 안에 책 한 권을 넣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하나 더, 약속 장소를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정하는 것도 독서 습관을 기르는 슬기로운 방법이다.

책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으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 읽은 책이 많아진다는 말은 계속해서 성공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인생은 얼마나 많은 책을 함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세계다오늘 하루도 한 권의 책과 함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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