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67
현대인의 정열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존재와 일을 남에게 알리고 싶고, 타인의 일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욕망이 있다. 자신을 꾸며 조금이라도 더 잘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생각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머리도 좋고 기왕이면 미인이라고까지 생각해 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래서 나쁘고 미운 부분은 감추고 좋고 예쁜 부분만 드러내는 것이고,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 타인의 일을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성향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사이버 공간이다. 특히 SNS는 자신의 가장 자신 있고 좋으며 예쁜 부분만 보여주는 특화된 곳이다. 이러한 사이버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을 볼 때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다. 미운 모습은 감추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공간이 전부이고 사실인 양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여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마음과 감정의 산물인 연애와 사랑도 나와 상대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처음 연애나 사랑을 시작할 때는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따라서 자신의 많은 부분을 숨기고 모든 부분을 예쁘게, 좀 더 과장되게 포장하기 바쁘다. 그것은 처음엔 잘나갈지 모르나 포장지가 벗겨지는 순간 어긋나기 쉽다.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하는 상대를 선택하는 일은 멋진 포장지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시작하는 것이 다음이다. 이 시기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딜레마지만,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부족한 것을 채우며 즐겨야 한다. 가장 위대한 사랑은 포용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이 어렵지만, 늘 배려하는 넓은 아량이 있으면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신뢰가 쌓이면서 관계는 튼튼해진다. 연애도 사랑도 결혼도 나에게 맞추려는 마음보다 상대에게 맞춰주려는 마음이 핵심이다. 그래 상대에게 맞춰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길 때가 결혼할 최적의 시기라 했다. 또한 사랑의 권력은 다른 권력과 반대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된다.
결혼을 앞둔 청춘들이 찾는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완전하게 하나가 될 수 있는 ‘솔메이트’를 찾으면 결혼은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 역사상 최고의 싱글 전성시대라니 혼자 사는 것도 괜찮지만,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이혼이란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해 주고 있으니 해보고 안 맞으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결혼한다면 지혜롭게 다름을 인정하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하여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알맞은 사람은 추상적 개념보다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위대한 일이다.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온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여 껴안는 것이니. 한편, 사랑이라는 감정에 행복만 깃들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 사랑은 그 안에 좌절, 미움, 외로움, 인내 등의 여러 속성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사랑의 행복은 그 슬픔과 외로움으로 인해서 더욱 빛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슬픔과 외로움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결혼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핵심이며, 그 결과는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시간이 가면 계절이 변하는 게 당연하듯, 우리의 마음이 사랑에서 미움으로, 미움에서 증오로, 다시 그리움으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데, 사람들은 늘 영원한 사랑에, 변치 않을 사랑에 목을 매며 산다. 내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 맹세하는 연인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키지 못할 약속의 하나가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반문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가 맞고, 사랑은 변한다. 그 변하는 사랑을 받아들이기 싫고 힘드니 우리는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어 하는 것뿐이다.
세상에 불가능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고 불행하다. 죽음이나 변화무쌍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가? 변심한 애인이 떠나가거든 울고불고 잡지 말고 나에게 또 다른 이성을, 더 멋진 이성을 만날 기회를 준 고마움으로 그냥 떠나가게 놔둘 일이다. 마음이 떠난 사람 잡는다고 잡힐 것도 아니고 그게 자연스럽고 사랑에 대한 예의다.
결혼하는 남녀의 경우 결혼 후에 변했다면 속았다는 마음, 실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 그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주관적으로 보고 판단하여 내 입맛대로 각색하여 받아들인 나의 책임이다. 있는 그대로 꼼꼼히 뜯어보면 장단점이 있고, 상대의 단점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만남을 시작해야 나중에 아프지 않은 사랑을 할 수 있다. 결혼이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실한 사랑이 싹튼다.
이렇게 결혼은 상대에게 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에서 나오는 ‘솔메이트’라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완전하게 알 수 있는 관계는 실제로 존재하기 어렵다. 살다 보면 즐겁고 행복한 일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고통스럽고 불쾌한 일이 발생할 때 어떻게 견딜 수 있느냐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파트너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파트너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하는 것이다. 서로 실망스러운 삶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졌을 때 비로소 결혼하기 적당한 때라 했는데, 강한 개성의 시대가 나와 다른 파트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혼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랑에서도 상대가 주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내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너무 안 받아들여도 문제, 너무 요구해도 문제다. 그러니 문제의 감정이 사랑을 그르치게 된다. 첫사랑에 실패하기 쉬운 이유가 상대가 주는 사랑을 바르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숙함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 후 백날 “우리 남편(아내)은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라고 하소연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사람은 원래 잘 안 변한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게 살아온 부부라는 이유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사람을 내 뜻대로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순간, 갈등은 커지고 행복은 사라진다. 어느 누구든 내 뜻대로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불가능한 희망을 밀어붙이는 사람이 제일 어리석다. 그건 희망이 아니고, 미련이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인생이 고달프다고 한다. 사람은 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어서 ‘나에게 허락된 것이 이만큼이구나’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제명까지 살 수 있다.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을 받아들일 때 더욱 성숙해진다. 사랑과 결혼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고 변하는 것은 사랑이다. 영원한 사랑에 목매지 말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수용하여 현명한 사랑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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