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202
“확증 편향이란 세상을 필터로 보는 것이다. 새 차를 사고 싶어 하면 그 차가 도로에 넘쳐나고, 헤어진 직후에는 모든 노래가 사랑에 관한 것처럼 들리고, 아이를 가지면 어디서나 아기들이 보인다.” [David McRaney]
‘편향(偏向)’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지는 것’을 뜻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 현대적 핵심 의미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태도·경향·판단으로 기울어짐이 있는 상태이다. 비슷하게 ‘편견(偏見)’이란 말이 있지만 편향과는 의미와 쓰임새가 다르다. 편견은 미리 굳어진 부정적이고 불공정한 판단이나 생각으로 사람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선입견을, 편향은 중립적이거나 기술적인 맥락의 치우침으로 특히 언론, 통계, 알고리즘 등의 치우침을 표현할 때 쓰인다.
편향이 생기는 진화․심리적 이유는 첫째, 뇌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정신적 지름길 전략이다. 한마디로 대충이라도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하기 귀찮다는 말이다. 둘째, 오류에 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틀려도 덜 치명적인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생존·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셋째, 사회적·집단적 적응을 위함이다. 사회적 협력과 소속감이 생존의 핵심이었으므로 집단 내 신념 유지가 필요했다. 따라서 많은 집단 내 사고와 편향이 생기게 되었다. 넷째, 현대 환경과의 불일치이다. 인간은 과거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현대의 수많은 정보, 통계, 대규모 사회에서 잘못 작동하는 것이다. 편향은 결함이 아니라 진화적 최적화의 부산물이다. 뇌의 에너지 절약, 치명적 오류 최소화, 집단 내 입지를 유지하려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편향은 인간이 어리석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렇게까지 똑똑하고 정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편향은 크게 인지 편향과 그 외 분야(통계·미디어·알고리즘 등)의 편향으로 나누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고 일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인지 편향 중 많이 들어본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내가 믿는 것만 확인하려 하고, 반대 증거는 무시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 뉴스는 다 믿고, 반대 진영 뉴스는 가짜뉴스라고 생각), 처음 본 숫자나 정보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 이후 판단이 그에 끌려가는 앵커링 편향(Anchoring Bias - 중고차 가격 흥정할 때 처음 부른 가격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판단 기준 됨), 쉽게 떠오르는 기억이 실제 확률보다 훨씬 크다고 느끼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비행기 추락 뉴스 보고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함),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2~2.5배 정도 더 크게 느껴지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 주식 10% 오르면 팔고 싶고, 10% 떨어지면 더 붙잡고 있음), 한 가지 좋은 점 때문에 전체를 좋게 평가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 – 잘 생기거나 예쁜 사람은 성격도 좋을 거라고 착각), 살아남거나 성공한 사례만 보고 실패 사례는 보지 못하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 성공한 창업가 인터뷰만 보고 나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착각), 성공은 내 능력, 실패는 외부 탓하는 자기 봉사 편향(Self-Serving Bias - 시험 잘 보면 ‘내가 똑똑해서’, 못 보면 ‘문제가 이상해서’), 다수가 하는 거면 나도 따라 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 핫한 주식이나 코인 시장에 우르르 몰려감), 우리 편은 좋게, 남의 편은 나쁘게 보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 - 같은 학교, 고향, 팬덤끼리 서로 감싸고 상대를 깎아내림), 변화가 싫어서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 은행이나 통신사가 불편한데도 계속 그대로 씀), 부정적인 정보나 경험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정 편향(Negativity Bias – 아홉 번 칭찬한 기억은 없고 한번 비판한 기억만 함), 한 가지 나쁜 점 때문에 전체를 나쁘게 보는 악마효과(Horn Effect - 한 번 실수한 사람을 계속 무능력자로 낙인) 등 이 외에도 많은 편향들이 있다. 나 자신도 언젠가 한 번쯤 빠져들었던 편향들이 아닌가.
현대사회에서 편향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분야가 정치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과 가치 우선순위 경쟁이기 때문에, 편향이 거의 필연적으로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믿는 것만 찾고,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은 진보와 보수, 유튜브와 커뮤니티 알고리즘으로 극단화되어 양극화를 가속하고 상대 진영 정보 거의 차단한다. 우리 편은 좋게 남은 나쁘게 보는 내집단 편향은 우리는 애국, 상대는 매국의 프레임을 씌워 자기 정당·진영의 충성도 높임으로써 타협·대화의 정치를 어렵게 한다.
이렇게 정치에서 편향이 강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첫째, 정체성과의 연결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정치 성향이 나의 정체성 일부라 여기므로 정치를 공격하는 것이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둘째, 사회적·알고리즘 강화이다. 소셜미디어, 동질 집단, 추천 알고리즘 등으로 극단화 고리가 형성된다. 셋째, 감정이 이성보다 앞선다. 분노·공포·자부심 같은 강한 감정이 먼저 작동하고 나중에 그 감정을 정당화할 논리를 찾음으로써 역으로 합리화하려는 경향이다. 넷째, 정보 과부하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모든 정보를 다 검증할 수 없으므로 내 편이 말하는 건 대충 믿고, 저쪽 말은 대충 의심하는 단순화 전략이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좌우 모두에게 공통이다. 진보든 보수든 편향 정도는 거의 동등하거나 상황에 따라 약간씩 차이 날 뿐이다.
사실보다 진영을 우선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내 편의 거짓말은 애교, 상대편의 진실은 가짜뉴스’ 식 이중잣대나 사건·인물 평가가 거의 100% 진영에 의해 결정되고 정치 혐오와 정치 중독이 심해지는 현상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국 정치의 단면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편향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순간 합리적 토론을 사라지고 감정적 대립, 구조적 증오, 정치 폭력, 제도 파괴 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좌우 극단을 치닫는 편향을 십분 활용하여 돈벌이 수단(유튜버, SNS, 집회 등) 들은 우리 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암적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놀아나는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증오한다.
편향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모두 존재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부정적 측면은 의사결정 속도 느림, 정확한 판단 방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체계적 오류 발생, 고정관념에 갇혀 새로운 아이디어 배척, 편견·차별·갈등 유발, 새로운 정보나 관점 수용 거부, 과도한 공포·불안 유발 등이다. 반면 긍정적 측면은 매우 빠른 판단, 뇌 에너지 절약, 일상적·단순 상황에서는 충분히 잘 맞음, 내집단 결속 강화, 협력과 생존 가능성 높임, 기존 신념 유지로 정신적 안정, 치명적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음, 기존 패턴 빠르게 인식하여 실용적 문제 해결에 유리함 등이 있다.
부정적/긍정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듯이 편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매우 다양하고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큰 현실적인 영향은 첫째, 확증 편향, 내집단 편향, 부정 편향 등으로 정치·이념·세대·지역 갈등이 극단적 양극화와 관계까지 파괴한다. 둘째, 손실 회피, 앵커링, 과신 편향 등으로 많은 개인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못 내게 하는 재테크·투자 실패의 주범이다. 셋째, 부정 편향, 가용성 편향 등으로 뉴스·SNS에서 부정적 정보에 과몰입하여 수면장애 및 번아웃 증가하고 지속적인 불안·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넷째, 첫인상·외모·학벌·스펙 편향으로 진짜 중요한 성격·가치관을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질을 저하한다. 다섯째, 현상 유지 편향, 손실 회피 경향으로 불편한 현재를 계속 참고, 더 나은 선택을 미룸으로써 변화와 성장을 가로막는다.
편향은 석기시대에는 거의 모두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었고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경우 오작동하지만, 여전히 빠른 판단·정신적 안정·사회적 결속이라는 핵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편향이 도움이 되고, 언제 해가 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편향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 너무 맹목적으로 따를 때 문제가 되는 도구라는 점이다.
편향은 우리 뇌가 최대한 적은 에너지로 최대한 빨리 생존하려고 만든 시스템인데, 현대사회처럼 정보가 많고 선택지가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오히려 가장 큰 장애물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향은 인간의 기본 인지 구조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편향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편향에 약점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편향에 따른 폐쇄적 사회는 중심 잡힌 열린 포용적 사회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물리적으로 무게중심이 높거나 기울어짐을 불안하듯 삶도 편향으로 기울어지면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확증 편향에 빠진 오류투성이 인간이 우리의 본모습이다. 편향에 휘둘리지 말고 똑바로 서서 바른 삶의 길로 나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