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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에세이

주어진 시간

by psy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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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가 가진 추한 것일지라도 얼싸안고 숨죽이며 가려한다.

한번 촤라락 펼 쳐나 보자.

욱하는 성질 지긋지긋한 곱슬머리 오백 원짜리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배꼽 당근도 썰 수 있게 생긴 칼발은,

추하다고 나열해 보았지만 이것들은 사실 독특한 정도의 내게 주어진 표면적 사실이다.

이제부터 진정으로 못 견디게 추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나열해 보겠다.

나는 내 얼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눈썹과 눈썹 사이 인상 진 자글자글한 주름이 싫다.

삐쭉하니 내려간 밉상 가득한 입꼬리가 싫다.

싫어하는 내 인상과 입꼬리는 내가 원하건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종이 두장에 그림을 그렸다. 눈 코 입을 그러넣었고 한쪽엔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

한쪽엔 입꼬리가 내려간 모습을 그렸다. 그러곤 물었다. 어느 게 더 낫니?

난 당연히 입꼬리가 올라간 웃는 모습을 가리켰다. 그때난 종이 두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엄마의 입꼬리는 언제나 내려가 있었으니까. 만약 엄마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면 많은 세월 흘리지 않은 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어느덧 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아이를 감싸 안고 피곤함에 눈을 비빈채로 거울을 보았다. 여전히 내 눈썹 미간사이는 일그러져있었고

입가는 삐쭉 내려가 있었다.

아기를 안고 짜증투성이인 나를 발견했다.

그동안의 삶 또한 짜증투성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아기를 안고 있지만 서도 짜증 투성이인게 맞는 것이다.

뭐가 문제인가? 살아온 습관은 자연스럽고 거짓이 없다.


문제가 생겼다. 아주 큰 문제가 되어버렸다.

나는 아기에게 웃어주려고 한다.


온갖 노력으로 갖은 인상을 펴고 미소 짓는다. 5초도 되지 않아 내려와 버린 내 세월의 근육들이

그곳에서 단단히 굳어져 버려 있었다. 웃어지지 않는 내 몰골을 보며 더욱 얼굴은 괴물로 변해버린다.

입꼬리가 내려간 늘 화가 난 엄마를 원망했었다. 엄만 나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엄마를 바꿔버렸으면 좋겠어! 어린 내가 매일 하던 말이다.

그렇지만 엄마는 바뀌지 않았다. 그 엄마 그대로 지금까지 입꼬리가 내려간 채 여전히 웃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나는 이제 엄마가 되었다.

간절히 웃고 싶다.

나는 웃는 엄마의 얼굴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는 내 딸이 나와 똑같이

‘엄마를 바꿔버렸으면 좋겠어’하고 말하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엄마다.

웃는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길,

오늘도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아기에게 웃어주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인상을 펴고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5초도 안되어 내려가 버리는 내 근육들은 오랜 세월 그곳에서 힘줘 단단히 굳어져 버렸다.

아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웃는 엄마의 시간으로 채워 주고 싶다.


나는 너에게 웃는 엄마를 선물하고 싶어,

나는,

나는 갖지 못했던 그토록 바란 웃는 엄마를..


비록 힘겹겠지만,

내 아기에게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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