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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에세이

소리 없는 아우성

by psy Ma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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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야 3]


나는 저기 왼쪽 모퉁이에 그려놓은 산에서 오른쪽 아주 높은 꼭대기 산으로 이동해 소리를 질렀다.

나 여기에 있어요. 소리는 메아리쳐 돌아왔다.

나 여기에 있어요. 나 여기에 나 여기에 있어요.

분명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지만 내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도 아빠도 동네 사람들도 친구도 목이 터져라 소리를 내어도 듣지 못하는 그들을 위에 집들을 그려 넣었다.

그 주위에 사람들을 그려 넣고 똑같이 소리쳤다. 나 여기에 있어요.

문제는 심각했다. 그들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

이번엔 그들만을 여기저기 종이에 꽉 채워 그려 넣었다. 그리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그들은 그들이 그곳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서로의 목소릴 들을 수도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종이 위를 걷는다. 어디로 가느냐 어떤 걸 좋아하느냐. 밥은 먹었냐 혹시 슬픈 일이 있냐. 도움이 필요하냐 놀이를 원하냐.

수백만 가지를 물어도 대답 없는 그들은 그곳에 없었다. 그들은 원래 그곳에 없었다. 나도 없고 그들도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언제나 그곳에 없을 것이다. 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놀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많은 이들과 그저 놀고 싶었다.

그 러 나

이젠 상관없다. 그들도 나도 없어도 좋다.

그림그릴 수 있는 종이 한 장이면 된다.

혼자서 놀면 된다.

오늘도 글 위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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