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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에세이

내 망쳐버린 그림

by psy

[나는 나야 1]


<내 망쳐버린 그림>

글 위에 그림을 그린다. 노란색과 검정을 사용해야겠다.

내 그림은 날이 선 모양으로 날 상처 내기도 하며 신선한 바람으로 주위를 치유하기도 한다. 글 위의 그림은 나의 전부지만 전부가 아니다.

나는 글이고 글은 나다.

또 내가 아니며 그러므로 나인 것이다.

상처를 토해내라.

그 상처에 내가 연고를 발라줄게.

토해내는 내가 나이기도 하며,

연고를 바르는 내가 나이기도 하다.

또는 이것이 별개의 종류이기도 하다.


누가 내 글 위의 그림의 길을 가로막는가.

그냥 나는 나 자신일 뿐이고 글은 내가 나여도 되고

내가 아니어도 된다.

세상은 온통 물음은 없고 해답을 내린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래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입니다.


나는 그 모든 그것에 거부하기로 한다.

내가 나의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기로 한날

생각했다.


난 이글 위에 그림을 제대로 망쳐주겠어.

그럼 많은 선생님들은

지우개로 내 망친그림에 손을 댄다.

‘지우지 마세요. 제그림은 망친그림이에요.’

‘망쳤다니 아가야? 그럼 다시 그리렴.’

‘아니요. 그냥 제 그림은 망친그림이라니깐요.’

그것이 완성이다.

맞다. 그림의 제목도 망친 그림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로 살기로 한다.

감사합니다.

내 망쳐져 버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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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나는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오늘 선생님은 또 내 그림에 해답을 줄 거야.


사과는 빨간색이야.

사과는 빨간색이야.

사과는 빨간색이야.

빨간색을 써야지.


네, 선생님 오늘도 그림은 망친그림이에요.


오늘 그림은 망친그림이에요. 내일도 모레도 매일매일요.


그랬습니다. 나는 그냥 망친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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