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

늦지만 천천히 꿈을 향하는 당신에게 8.25.2025

by Michelle Jeong

어제 저녁시간에 이웃에 사는 한 가족의 방문이 있었다. 지난주에 미리 잡힌 계획이고 이번 주 토요일이 되면 한 달간의 미국체험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학교 3학년 생인 주은이가 떠나기 전에 만나기로 하였다. 저녁 7시가 넘어 초등생인 연년생 태산이 태양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왔다. 오늘 두 차례의 다른 방문자들(둘째 아들 방문과 깻잎 picking)이 있다 보니 나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세 번째 방문 가족을 맞이하였다. 다행히 오늘 아침 크로거 (Kroger grocery)에 들러 수박과 조그마한 치즈케이크, 그리고 totilla를 사 와서 이제 준비만 하면 되었다.


처음 보는 주은이는 딱 중3이다. 새하얗고 뽀얀 얼굴에 긴 재킷을 걸치고 입가에는 엷고 편안한 미소가 있는 정말 사랑스러운 소녀다. 이 아이의 꿈이 다음에 커서 간호사 그리고 전문간호사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의 장래희망이 뚜렷하고 그리고 앞을 향해 열심히 자신의 삶을 걸어가는 아이가 기특하여 그러한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병원에 자주 입원했었는데 간호사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꿈이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에는 아직 전문간호사 제도가 없어 석사과정, 아니 지금은 박사과정을 끝내야 가능한 전문간호사를 하려면 미국으로 와야 하기에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아빠친구인 삼촌과 이모집에 한 달간 머물면서 미국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 특히 휴스턴의 여름이 너무 무덥고 습하지 않냐고 물으니 이 어린 친구는 추위를 잘 타는 자신에게는 딱 좋다고 한다. 라면 전용인 노랑냄비에 끓여준 너구리도 맛있게 먹는다. 모두 이전에 여행 갔을 때 사용한 코펠을 떠올리며 조그마한 일회용 그릇에 담아 대학시절 MT에서 봉지 안에 라면을 끓여 먹던 추억까지도 소환했다. 특히 군대 갔다 온 선배들이 여자 후배들에게 군대에서 유행한 일상을 꺼내와 모두가 같이 즐기던 시절이다. 주은이는 다디단 수박도 그리고 totilla도 모두 맛있게 먹었다. 토요일에 달라스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에 도착하여 혼자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간다고 한다. 엄마랑 아빠가 부산 터미널에서 기다리실 거고 후덕한 선생님과 학교의 편의로 이 주 동안 빠진 가을학기를 잘 따라가야 할 거다.


어린 친구가 간 후 난 유튜브로 지나간 나의

대학시절에 경험하지 않은 가관식을 그리워하며 모교 간호학과 2008년 가관식 영상을 보았다. 난 87학번이니 지나도 십칠여 년이 지난 영상인데 내가 동기들의 가관식에 참여했던 기억과 너무나 똑같다. 1987년, 난 6학점인 생리학에 C를 받아 유급을 하고 일학년 과정을 모두 다시 들어야 했고 나의 동기들보다는 일 년이 늦어져 88학번 후배들이 나의 동기가 되었던 때이다. 친구들이 3학년이 되어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에 가관식은 간호대학에서 졸업식과 함께 가장 큰 의식 중의 하나였다. 동기들의 가관식을 보면서 내가 과연 이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를 의심하며 낮아진 자존심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말한다. 버티면 된다고. 하지만 그 버팀목이 되는 환경, 예를 들면 정신력, 경제력, 그리고 주위의 좋은 인간관계가 정말 필요하다. 가관식 영상에서 관계자 한분이 이렇게 말한다. 가관식 하는 과정에서 교수님이 어떤 학생에게는 격려의 말을 건네고 어떤 학생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않는 것을 보면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나의 대학시절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나의 인생이 변하였음을 인정한다. 지방에서 올라와 세련되지 못한 데다 열심히 공부하기는커녕 인서울 대학에서 빈번하던 정치적인 집회란 집회는 모두 참여하여 지도교수의 눈에 가시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나의 뇌를 스치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말, 아니 조언이었을 거다. 문과에 가야 할 학생이 이과에 왔다고.


이번 가을학기부터 4년제 간호대학에서 Adjuct Faculty로 일하게 되었다. 9월 중순부터 Thanksgiving 바로 전 주까지 매주 화요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간호대 4학년 학생들의 성인간호학

임상실습을 병원에서 지도하며 평가해야 한다.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그 말 때문에 마지막 남은 버팀목까지도 태워버릴 수가 있다. 7년 차를 바라보는 전문간호사로서 보는 간호학은 요즘 케데헌 (Kpop Demon Hunters)에서 한의사가 말했던 " We have to see the whole things"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격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 주은이처럼 세상을 더 넓게 체험하며 천천히 자신의 꿈에 스며드는 인간다운 전문인들이 많이 자라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