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무빙
설민
당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것을 지니고 싶은가요?
이 드라마를 보면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는 이들을 현실 속에 적용하면서, 상상력을 끌어내는 이야기라 그런지 왠지 주변에 그런 이들이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무빙]은 날아다니거나, 힘이 세고, 회복능력이 좋거나, 번개를 다루거나, 빛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한 이들이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애환을 담고 있어서 공감을 자아낸다. 어찌 보면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감시당하고, 국가에서는 비밀리에 그들의 능력을 이용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능력자들. 그들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일조차 호락호락하지 않다.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과 능력을 이어받은 아이들.
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무빙]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와 가정사를 다루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불사하는 힘을 내는 게 부모라는 것을 보여 준다.
과거 안기부 요원으로 일했던 김두식, 장주원, 이미현.
특히 김두식과 장주원은 블랙 요원이다. 안기부 초능력자들은 고향지명을 암호명으로 정한다. 그들은 문산과 구룡포다. 파트너로 서로 온갖 험한 일을 해냈지만, 어느새 국정원의 시한폭탄이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국가 기밀을 알게 되면 그것을 숨기거나 무마시키려는 자들에게는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북한과 연루된 사건 때문에 김두식에게 문제가 생겼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김두식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미현 또한 초인적인 오감을 지녔지만, 현장 업무에서의 실수로 내근을 하게 된 초능력자다. 김두식의 비밀을 캐내라는 국장의 지시로 그에게 접근한다.
두식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이 있고 미현은 시각과 청각이 발달되어 있다. 결국, 이들은 계속되는 의도적이고도 우연적인 만남을 이어가다가 사랑하게 되고, 아들 봉석이 태어난다.
과수원을 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도 잠시, 그들은 안기부에 발각되고 두식이 포로가 되어 방어하는 틈을 타 아내와 아들을 도망시킨다. 불시에 혼자서 아이들 키우게 된 미현, 봉석이가 어릴 때부터 오감이 예민하고 몸이 뜨기 시작하면서 날아다니는 초능력을 이어받은 것을 알게 되자, 아이가 커가는데도 몸이 뜨지 않게 업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불시에 헤어진 두식을 기다리며, 둘이 데이트할 때 먹었던 돈가스를 기억하며 음식점을 하는 미현. 봉석이가 날아다니지 않게 가방도 물병을 넣어 더 무겁게 하고, 항상 다리에는 모래주머니를 채워 학교에 보낸다. 봉석이가 자다가 다치지 않도록 침대에 묶어 두거나, 몸이 뜨는 것을 방지하려는 듯 음식을 많이 먹이는 모습이 애잔했다.
깡패로 살던 장주원은 업소 형님의 배신으로 도망 다니다가 아내를 만난다. 별명이 헐크인 것처럼 힘이 세고 다쳐도 바로 회복력이 뛰어나다. 그런 우락부락한 사람이 길치라는 설정이 재미있다.
조직을 나와 할 수 있는 게 없던 주원이 돈벌이로 교통사고를 위장하여 사고를 내고 돈을 받아내는 모습이 한심스러웠지만, 그보다 자신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여인숙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첫눈에 반한 다방종업원을 만나 울먹이며 데려다 달라고 하는 모습이 힘만 센 철부지 아이 같다.
그 후로 사랑하게 된 그들이 결혼해서 살아갔지만,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딸 희수를 키우면서 치킨집을 운영한다. 치킨을 튀기는 기름에 손을 넣어도 금세 돌아오는 회복력. 맞고 부러져도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는 능력 때문에 마치 불사신 같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로 영웅도, 괴물도 될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은 언제나 소중한 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일반인들 사이에 숨어 사는 그들에게는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바로 그들의 아이다.
남들과는 차별된 각자만의 초능력을 가지고 국가를 위해 일했지만, 그들에게 버림받고 일반인들 사이에 끼어 살아간다. 또 초능력을 이어받은 아이들이 위험해질까 봐 두려워한다.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불안하게 살아가지만,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 세력이 있다.
꼭꼭 숨어있는 초능력자를 찾아내 없애는 누군가가 등장한 것이다. 그들을 죽이는 자 또한 킬러로 훈련받은 초능력자이다.
그에 불안한 직감을 한 미현과 장주원은 아이들을 구하러 학교로 향한다. 두식과 미현의 아들 봉석과 주원의 딸 희수는 같은 학교에 다닌다. 아이들이 다니는 정원고등학교에서는 은밀하게 초능력자들의 2세들을 추적하며 능력을 시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봉석과 희수 말고도 강훈이 또한 초능력자였다. 체고를 준비하는 희수를 도와주며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봉석이, 매일 타는 버스 기사님한테 깍듯하게 인사하고 엄마 말이라며 고분고분하게 듣는 아이지만, 날지 말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희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속도나 높이 조절 등 날아다니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모여든 미현과 주원과 재만. 재만은 폭력성 때문에 전자 발찌를 착용한 상태여서 사는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학교로 달려가 초능력을 발휘하여 아들을 구한다.
이들과 아이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이 위태로웠지만, 서로의 존재와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평상시보다는 유사시 더 실감하는 게 일상의 감사함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 간절하고도 아름다운 것인 것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시대가 때로는 외압적인 조직 때문에 위태롭고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느꼈을 초능력자들의 무력감이 무척 클 것 같다.
하늘을 날고, 몸이 아무리 강하고 빠르더라도 ‘무엇을 위해서’라는 대의가 없으면 그 힘을 쓸 이유가 없다. 자식을 보호하려는 마음, 나라의 어려움을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하려는 뜻으로 초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하지만 안기부나 북한에서처럼 무엇인가에 대응하려는 전투력으로 초능력자들을 양성해 낸다면 문제다.
산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살아나는 이들만 데리고 간다면 너무나 잔혹하지 않은가? 떨어진 산에서 날아올라 살아난 북한의 초능력자가 외치는 소리가 생생하다. 여기서 살아내면 가족들과 잘 살 수 있느냐고.
그들도 초능력을 이용하고 남용하는 일보다는 지금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애쓰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도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초능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자칫 위축되고 추워지기 쉬운 계절이다. 올해도 제대로 해놓은 게 없다며 풀이 죽을 수도 있는 시기다. 그런데도 내 안의 ‘능력’을 ‘초능력’이라 여기는 뻔뻔함을 가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껏 살아내는 것은 '무한 능력'이라고 말이다.
예측이 불가능할 때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될’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게 유일하고도 강력한 답이다.
“실패하더라도, 성공 속에서 계속 실패하라”라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초능력을 발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