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넘어 우정이 싹트는 여행

그린북

by 설민

편견을 넘어 우정이 싹트는 여행

그린 북


설민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조차 알지 못하게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배우지 않아도 사회적 분위기에서 은연중에 체득하게 된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진 토니는 탐탁하지 않지만 몇 주간의 투어이고, 돈을 벌 수 있기에 선택하게 된다. 토니의 아내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몇 주간 남편이 집을 비우게 되는데 괜찮냐는 허락을 받는 배려 깊은 돈 셜리.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하고, 그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 북’에 의존해 특별한 여행을 시작한다.

‘그린북’은 흑인 자동차 여행자들이 여행하며 이용할 수 있는 호텔, 주유소, 식당 등의 안내 책자다. 그 당시 흑인들은 백인들과 화장실도 같이 사용할 수 없고, 호텔은 물론 식당까지도 지정된 곳에서 써야만 했다. 마음에 드는 양복을 발견하고 입어보려 하지만 흑인은 안된다고 하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학식과 예술적 재능을 갖춘 천재 피아니스트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대 위에서만 환영을 받는다. 무대 밖에서는 인종차별을 고스란히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인물로, 가까운 사람 하나 없어 보이고 늘 외롭게 혼자 술을 마신다. 트리오로 순회공연을 하지만 한 팀인 그들조차 그의 편은 아니다. 돈 셜리가 차별받는 것에 묵인한다. 북부에서만 연주한다면 대접을 받을 테지만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남부에서는 그저 흑인의 한 사람일 뿐이다. 남부 투어를 돈 셜리가 자처한 계획이라니 용감한 사람이다.

부유한 백인들을 위해 피아노를 치고, 무대를 벗어나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게 되지만, 정작 흑인들 사이에서도 끼지 못한다. 자기들과 다르다며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돈 셜리.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심리학자, 언어 천재였지만 외톨이다.

토니 또한 배관을 수리하러 온 흑인들이 마신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이지만, 여행이 거듭될수록 돈 셜리의 고독과 품격을 이해하게 된다. 투어 중 인종차별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돈 셜리의 편이 되어 해결한다. 수많은 차별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둘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점점 가까워진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고용 관계를 넘어 ‘진정한 우정’으로 나아간다. 아내에게 쓰는 편지의 철자법조차 틀리는 토니에게 낭만적인 편지를 쓰는 법을 알려준다. 토니가 차 안에서 쉴 틈 없이 떠들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비위생적이라고 하면서도 그가 주는 치킨을 먹어보는 돈 셜리. 막무가내인 토니가 길거리에 버린 종이컵을 주으라는 돈 셜리의 말을 듣고,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하면 입을 다문다. 어느새 돈 셜리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의 다름이 스며들어 융화되어 간다.

돈 셜리에게 공연을 부탁하면서도 화장실은 밖에 있는 허름한 곳을 사용해야 하고, 호텔 내 식당에서는 식사가 안 된다는 비상식적인 태도에도 화내지 않으면서도 그에 순응하지 않는 돈 셜리의 태도가 당당하다.


[그린북] 이 영화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갖춘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더욱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쉽게 놓치는 진정한 인간 이해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연주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공연을 취소하고, 흑인들 전용 식당으로 간 돈 셜리와 토니는 그곳에서 즉흥적인 연주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같은 흑인이지만,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겉돌던 그들과 하나 되어 연주하며 환하게 웃는 돈 셜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돌아가는 길, 눈이 많이 내려 운전이 어려운 데다가 토니가 졸려서 운전을 못 하겠으니 근처 숙소로 가자고 하지만, 토니가 크리스마스이브를 가족들과 함께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돈 셜리가 운전을 해서 도착한다. 함께 집으로 올라가서 가족들을 만나자고 하지만 돈 셜리는 제안을 거절한다.

혼자 집에 남게 된 돈 셜리가 마음을 바꿔 술 한 병을 들고 토니의 집에 찾아간다. 그 둘이 포옹하는 장면이 뭉클하다. 편견이 있는 토니의 가족들은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반갑게 맞이한다. 토니의 아내 린다는 토니 대신 편지 써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며 돈 셜리를 안아준다.

KakaoTalk_20250523_083709270.jpg 네이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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