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고 싶은 욕망의 끝

서브스턴스

by 설민
KakaoTalk_20250530_081005332_02.jpg 출처 네이버


젊어지고 싶은 욕망의 끝

서브스턴스


설민


나의 적은 ‘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은 분명, 잘못은 아니다. 자연의 이치다. 인지가 떨어지고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고, 몸이 굼떠지는 것도 안타까운데, 체형이 변하고 얼굴이 처지고 주름이 생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호락호락한 감정은 아니다. 나 같은 일반인도 그러한데 한 때 영화계에서 인기를 누리던 스타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런 스타의 몰락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더 젊고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대중들과 방송 연예계의 시선도 한몫하지만, 늙고 변해버린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힘들어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늙은 모습 또한 ‘나’이지 아니한가.

기괴하고 충격적인 이야기 [서브스턴스]. 주사 한 번으로 인생이 바뀐다. 한때 인기 절정을 누리던 나이 든 엘리자베스가 젊고 예쁜 또 다른 '수'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1주일 간격으로 교대 생활을 해야 한다. 과연, 하나인 '엘리자베스와 수'가 그 규칙을 지키며 균형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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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의 뜻은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사물의 근원을 의미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 변하지 않는데, 과연 서브스턴스가 존재할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사람이라면 늘 그런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아카데미상을 받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 50살이 되던 달, 프로듀서 하비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이 말을 듣고 혼란과 상실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돌아가던 길에 자신의 광고판이 뜯기는 것을 보다가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가 탄생하는데. 단 한 가지 규칙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킬 것. 각각 7일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무엇이 잘못되겠는가?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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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서브스턴스”를 선택한 엘리자베스는 사용 설명서를 읽어보고 주사를 놓는다. 화면에 가득 찬 세포분열의 모습과 마치 그녀의 혼란과 고통을 보여주는 듯한 빠른 섬광들이 지나간다. 등이 갈라지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젊은 그녀. 자신을 “수”라고 이름 짓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각자의 삶이 주어진 것이다. 깨어난 새로운 ‘나’는 척수에서 뽑아낸 액체주사를 맞고, 활동을 멈춘 ‘나’는 기절한 상태로 영양공급만 받는다.

젊고 예뻐지고, 사람들이 칭송하는 삶에 도취되어 선을 넘게 되는 수는 엘리자베스의 자리를 차지하며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다. 새해 전야 쇼 무대에 오르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해진 수는 엘리자베스를 깨우는 대신 계속 시간을 쓰게 된다. 이에 엘리자베스가 말라비틀어져 죽기 직전의 상태로 깨어나 서브스턴스 프로그램을 종료하려고 한다. 수를 없애려고 했지만, 다시 젊어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실패한다. 결국, 그 때문에 수에게 죽임 당한 엘리자베스. 하지만 본체가 없이 그녀는 존재할 수 없다. 스스로 규칙을 저버리는 엘리자베스와 수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수는 이가 빠지고 형태가 변해가면서 끔찍한 괴물로 변한다. 괴물이 되어서도 쇼에 오르려는 욕망을 멈추지 않는 수. 흉측한 몰골로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은 경악하고, 그녀는 몸이 망가지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낸다. 관객들도 피로 물들여진다. 그녀가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에, 대중들도 한몫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브스턴스]는 약물에 의해 젊음을 되찾으면서 생기는 일을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젊은 몸에 집착하고, 결국 스스로 파멸하는 주인공을 통해 외모와 젊음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인기와 쇠락의 모습을 길바닥의 핸드 프린팅으로 보여주는데, 너무 공감되었다. 엘리자베스를 칭송하던 때는 그게 밟힐까 봐 애지중지하고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서 사진까지 찍었는데, 세월이 흐르니 그곳에 뭐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무심히 밟고 지나간다. 그것도 모자라 음식을 들고 가다 흘리며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몰골이 된다.

같은 사람이지만, 욕심과 질투 때문에 서로를 괴롭히고 몸을 상하게 한다. “서브스턴스” 약물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균형을 잘 맞추며 공생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젊은 ‘수’의 욕망은 멈출 수 없는 유혹이었다. 수가 더 활력 있고 예뻐질수록 엘리자베스의 몸은 퇴행하다 못해 등이 굽고 손가락은 괴사 되어간다.

노인이 된 몸으로 들른 카페에서 자신에게 ‘서브스턴스’ 약물을 주었던 남자와 우연히 만난다. 병원에서의 젊고 섹시한 남자 간호사(카페에서는 늙고 살찐 남자의 모습이었다.) 역시 그 약물로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늙은 자신이 더 초라하고 힘들어진다고 고백한다.

엘리자베스는 비록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다. 다시 욕심을 부린 대가로 공생이 아닌 파멸을 맞이한 ‘엘리자베스와 수’의 이야기가 씁쓸한 이유는, 이미 도를 넘어선 젊어지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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