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편의점
제주도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호기롭게 사업에 뛰어들었었다. 4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무렵 동업자는 나와 다른 뜻을 품었고, 그와 노선이 달라 결국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나는 다시 취업준비를 했다.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어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남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며 벌었던 돈의 가치는 생각보다 컸으며, 사업을 정리했을 무렵에는 남은 돈을 보니 참 작게 느껴졌다.
코로나 시기에 수입이 너무 들쑥날쑥했어서 그런지 도전적인 삶을 경험해 보니 이제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각종 채용사이트에 올라오는 채용공고를 수시로 검색했다.
그중 눈에 들어왔던 것은 편의점 회사였다.
사실 나는 15년도에 G사에 입사하여 약 2년 4개월 동안 근무를 했었다. 다시는 편의점 회사에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회사생활의 마침표가 제주도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 일은 모르겠더라.
마침 S사의 채용공고가 올라왔고, 경력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약 두 달간의 기다림 끝에 서류와 면접, 처우협의, 평판조회, 건강검진을 통과하고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약 4년간의 경력단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뽑아준 S사에 진심으로 감사? 했다.
제주도에서 사업은 정리했지만 제주도에서의 삶은 정리하지 못했기에 S사 채용에서 희망 지역을 제주도로 선택했었는데.... 인사팀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중 며칠 뒤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고향이 제천이신데 인원이 부족해서
제천으로 발령이 날 것 같은데 괜찮으시냐고....
(이때 알았어야 했다. 이 회사가 얼마나 배려없고 구닥다리였는지 ^^)
나는 스무 살 이후로 고향을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돌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밤 10시가 되면 어두워져 할 게 없는 시골을 벗어나서 살아보니 나름 재밌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상점가의 불빛들이 그저 신기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다시 가족의 품에서, 항상 나를 맞이해 주던 고향 친구들의 품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제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인사팀에 전화했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 살고 있는데 제주도에서 제천으로 이사를 가야 하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며, 발령지가 달라질 경우 금전적인 피해와 시간적인 피해가 있으니 이점은 확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에서의 이삿짐을 모두 택배로 보내고, 나머지 짐은 차를 통해 배에 실어 탁송을 보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알게된 소중한 인연들과 서울에서 거한 술자리를 가지고
다음날 버스를 타고 제천에 도착했다.
어머님이 바로 제천에 오냐고 하셨는데, 서울에서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고 제천에 간다고 말씀드려서 그런지
엄마 집에는 황태국이 끓여져있었다.
그렇게 다시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