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인재가 없던 시절, 우리가 찾은 사람들

기술과 현실 그리고 인재 찾기

by 에이피써치 화학팀

한 15년 전쯤, OLED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익숙하지 않던 때가 있습니다.

이미 상용화는 되었지만 아무래도 양산 초기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는데, 이걸 맡아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OLED가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개발 인력 수요는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그때만 해도 ‘OLED 경력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시장에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새롭고, 연구는 한창인데, 그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끌고 갈 인력 풀은 턱없이 좁았습니다.


그 시기에도 저희는 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헤드헌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OLED 개발 인력을 찾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쪽으로도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OLED 경험자는 사실상 없으니, 어디에서 사람을 데려와야 할까요?”


당시 저희가 선택한 방향은, OLED와 가장 '맞닿아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유기합성, 그것도 제약회사에서 합성 연구를 해온 분들이었습니다.


제약 쪽 합성 연구은, 합성 자체의 난이도도 높고, 실험 설계·데이터 해석·문제 해결에 이르는 사고의 흐름이 치밀해야 합니다.

저희가 이 접점을 스스로 발견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업계 분들에게 이런 힌트를 들었고,

OLED 유기 재료 개발 역시 결국 유기합성 위에서 돌아가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접점을 꽤 이른 시기에 눈여겨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제약회사 유기합성 연구자들을 OLED 재료 회사로 옮겨 드린 경험이 여러 차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기업도, 후보자도 모두 조심스러웠습니다.

“의약합성과 디스플레이 재료가 과연 통할까?”, “도메인이 완전히 다른 거 아닐까?”

저희 스스로도 이런 질문을 수 없이 던졌고, 이에 대해 여러 번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공통점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새로운 분자를 설계할 때 어디에 집중하는지, 실패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가설을 수정하는지, 협업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지.

무엇보다, 인터뷰 결과가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결국 몇 분은 제약에서 OLED 재료 개발로 커리어를 전환했고, 지금은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 “그때 그 선택이 제 커리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 제가 배운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좋은 화학 인재는 업종명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왔는지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OLED, 제약, 전자재료, 2차전지… 이름은 계속 바뀌지만, 핵심이 되는 사고 방식과 연구 태도는 생각보다 많이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에이피써치 화학팀은, 화학 소재 분야 채용을 맡을 때, 단순히 ‘OLED 경험 유무’ 같은 키워드만으로 후보자를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하게 되면 후보자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찾는다 해도 그 분(후보자)께 이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OLED를 시작으로, 이후에는 실리콘, 플라스틱, 접착제 같은 다양한 산업 소재 영역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열고, 그 사이를 사람으로 메우는 과정 말입니다.


지금도 화학 소재 및 응용화학 산업에서는 새로운 키워드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계속 바뀌지만, 한 가지 패턴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술이 한 발 앞서나갈 때, 그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에이피써치 화학팀

steve@apsear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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