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믿었던 시간의 진짜 표정

중간관리자가 된다는 것

by 한지안

숨을 깊게 들이쉬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여전히 분주했습니다.

’나름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걸까’


작년 초,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전까지 약 2년 가까이 승진시험을 준비해 왔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공부까지 병행하느라

몸도 마음도 바싹 타들어갔습니다.


낙방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시험이 거듭될수록,

저에게 시험 기회를 준 부장님께는 자꾸만 죄송해졌고,

뒤에서 기다리던 후배들에게도 괜히 미안해졌습니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에 자존감도 바닥을 쳤습니다.


매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책이 깊어질 무렵,

간절히 바라던 끝에 드디어 승진했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업무에 투입되었습니다.


팀장 자리를 각오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막상 책상이 바뀌고, 명패가 바뀌자

그 낯선 위치가 먼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전엔 제 일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직원 다섯 명의 업무까지 파악해야 했고,

일의 흐름을 익히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팀장님 눈치 하나만 보면 됐는데,

이제는 아래로는 직원들, 위로는 부장님까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팀장이 된 후 처음 참석한

외부 회의에서 그 역할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직원을 데리고 들어갔고 질문은 생각보다 거셌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앉은 직원이 저만 바라보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을 당신이 정리해 달라’는 듯한

그 말 없는 시선을 마주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이젠 내가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이 자리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그날 저는 버벅거리며

몇몇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새로운 자리에서 저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욕심과 압박감이 더 커졌습니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저를 평가할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점점 조급함이 되었고,

사소한 일에도 제 자신을 몰아붙이게 되었습니다.

그 역할에 익숙해질수록,

제 안의 어떤 감정들은 묻혀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쌓여,

몸이 먼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은 줄 알았던” 작년을 지나,

비로소 괜찮아지기 위한 올해가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