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덜 예민한 이유

회복 루틴을 만들고 지켜본 결과

by 한지안

한약은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그건 제 몸에 잘 맞는 듯했고,

의외로 마음에도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 3회 요가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한 번, 두 번, 꾸준히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상에도 조금씩 익숙해졌고,

그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호흡을 조절하는 연습도 일상에 포함시켰습니다.

4초 들이마시고, 7초 멈췄다가, 8초 천천히 내쉬는

‘4-7-8 호흡법’.

알려준 대로 따라만 했을 뿐인데,

호흡을 배에 가득 채우고 천천히 내쉬는 그 과정이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밤에 잠들기 전,

이 호흡을 몇 번 반복하면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생활습관도 조금씩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아침에 따뜻한 물을 마시고,

주방 정리를 미루지 않고 바로 하는 일,

밤에 짧게라도 스트레칭을 하고 자는 것.

산책 삼아 맨발로 흙을 딛는 짧은 시간까지.


그 모든 게 ‘회복’이라는 단어로 엮이기엔

너무 사소하고 느린 것들이었지만,

저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맨발 걷기였습니다.

어느 비 온 뒤 아침,

집 근처 숲에 조성된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까슬까슬한 작은 돌들이 발바닥을 스치고,

촉촉한 흙이 발에 닿는 감각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예전에 엄마와 함께 건강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중년 여성분이 맨발로 산길을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뭘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랑은 하등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길을 제가 걷고 있으니

스스로도 좀 웃기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제는 나도 모르게 내 삶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도, 취향도 달라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몸 상태는 계속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나아졌다고 생각하면 또 며칠 불편했고,

괜찮다가도 이유 없이 피곤한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몸이 힘들다고

감정까지 곧장 날카로워지지는 않는다는 것.


전에는 기운이 없던 날엔

말투나 표정도 함께 거칠어졌습니다.

지금은 같은 상황에서도

조금은 더 여유 있게 반응하려는 제 자신을 봅니다.


이걸 회복이라고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덜 조급하고,

덜 날이 서 있다는 건 확실히 느낍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면,

지금으로선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