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라진 나, 조금 달라진 우리
사실 그동안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오롯이 혼자 쉬고 싶은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몸이 불편하니
스스로를 돌보는 것 외엔 다른 어떤 의욕도, 의지도
좀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습니다.
가끔 약속이 있어 나가면,
그 순간엔 반짝 괜찮은 척 웃고 대화를 나누지만
돌아오면 에너지가 다 빠진 채로 쓰러지듯 눕게됩니다.
오후에는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옵니다.
그때부터는 다시 엄마로, 주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식사를 챙기고, 숙제를 봐주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을 차례차례 해내야 하는데,
그 모든 일에 성의가 잘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 늘었고,
그저 당연하게 지나쳤던 평범한 날들이
요즘은 참 귀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늘 몸이 괜찮네? 감사합니다. 너무 좋다!”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런 날엔 기분도 덩달아 올라옵니다.
책을 읽고 싶고, 나가서 걷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몸이 아플 땐 한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재테크 책도 다시 펼쳐서 돈 공부도 하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이 들면 정말로 하게 됩니다.
사람 마음이 참 신기합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 더 부드러워진 나로 이어졌습니다.
아이와 웃는 시간이 많아졌고, 남편의 작은 배려에도 짜증 대신 고마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몸이 나아진다는 건 결국,
내 안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에게 책 한 권을 읽어주는 일조차 버거웠습니다.
호흡이 가빠 자꾸 문장을 끊게 되었고,
그럴 때면 아이는 왜 안읽어주냐며 재촉하곤 했습니다.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금세 후회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요즘도 아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칩니다.
책을 몇 권씩 골라 와서는
“이거 먼저 읽어줘!” 하며 한가득 내미는데,
이젠 그걸 웃으며 받아주는 내가 있습니다.
몇 권을 이어 읽다 보면 목이 아프고,
목소리를 바꿔가며 몰입하다가
문득 그런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전엔 감당하지 못하던 이 시간이,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예전엔 예민하게 반응했던 내가
이젠 한 박자 늦게 조금은 너그러이 바라보게 됩니다.
그건 단순한 인내심이 아니라,
예전보다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달라진 나를
하루하루 만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