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기록이 가르쳐준 삶의 속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by 한지안

브런치 작가로 합격한 뒤에도

연재를 바로 시작하진 못했습니다.

막상 글을 공개하려니 망설여졌습니다.

브런치에는 전문 작가님들도 많아서

제 글이 조금 뻔하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10화 분량의 초안을 모두 써놓고

연재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자꾸만 자기 검열에 막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냥 연재하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연재 압박이 다가오니 신기하게도 글이 써졌습니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회차도 있고,

쓰고 나면 늘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첫 연재북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시작이 반이다.’

이 말이 진리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증상을 적는 단순한 메모였지만,

그 기록이 쌓이면서 저는 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고,

작은 변화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불안해서 쓰는 게 아니라,

좋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공기, 아이와 있었던 일,

짧은 햇살 한 줄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뒤로 저는

하늘을 이전보다 조금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차를 타고 어딜 가다가도,

아이와 손잡고 걷다가도

“우와, 하늘 좀 봐!”


아무래도 일상을 자꾸만 포착하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작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그때의 저는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올해가 지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예전의 저는 아닐 겁니다.

예전에는 성과와 속도로만 나를 증명하려 했지만,

지금은 다른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과 삶, 관계와 휴식이

모두 같은 선 위에 있음을 압니다.


육아휴직은 제게 ‘쉼’이라기보다

‘회복과 발견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내가 어떤 속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이제 다시 일로 돌아가더라도

조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시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오늘의 하늘만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육아휴직, 쉼이 아닌 기록의 시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