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다

記錄이 나를 바꾸다

by 한지안

사실 불과 네 달 전만 해도

‘글을 쓴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 공간 어딘가에 제 글을 남긴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짧은 댓글 하나를 남기는 일조차 흔적이 남는 것이 부담스러워

시간이 지나면 꼭 지우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처음으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기록을 시작한 이유는 몸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날마다 몸의 반응이 달라서,

하루하루의 변화를 자세히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더니 속이 괜찮았는지,

잠은 잘 잤는지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적어두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글로 정리하는 일은 몸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정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점점 습관이 되었습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하고,

내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블로그를 열었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그날그날의 감정을 적어두는 일은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레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생각을 남기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댓글, 누군가의 ‘좋아요’가

그날의 저를 조금 더 괜찮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스레드라는 공간은 신기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를 글로 적어두면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놀랍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디선가 나타났습니다.

그곳에는 브런치 작가들도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짧은 피드에 다 담기지 않던 생각과 문장을

차분히 모아둘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글 세 편을 모아 작가 신청을 했고,

곧 ‘작가 승인’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작품’으로 봐주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써왔던 시간들이

그제야 의미를 가진 듯했습니다.


육아휴직 동안 멈춘 건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저는

다시 나답게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는 서툴지만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