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후회

외할머니생각

by 이루리

39개월 아이가 눈을 많이 비벼서 안과에 갔다

안과 특성상 방문 때마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많다

쫑알쫑알 비타민사탕을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였지만 튀어나온 하얀머리와 피부로 보아 족히 80은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도 비타민드릴까요 라고 여쭤봤더니 됐다하셔서 약간은 무안해졌다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짤랑하더니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가 계산하다 동전지갑에서 동전을 떨어뜨리신 것이었다

몇개 주워드리고 약국으로 내려갔다

할머니도 약국 가실거 같아 약간 기다렸지만 볼일 있으신건지 걸어나오지 않으셨다


약국에서 기다리고있으니 연세에 비해 꼿꼿한 허리를 가지신 아까 그 할머니가 오셨다

여전히 사랑스럽게 바라보셔서

문득 몇년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생각이 났다



한참 코로나가 돌던 때

아이들이 태어났고

아이들이 태어나기전 아빠가 뇌경색으로 투병하고 계셔서

곁에 있는 내가 자주 외할머니외할아버지께 왕래하며 돌봐드렸어야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기데리고 외출하는게 두려웠었다

서울에 간병하고 계셨던 엄마도


임신했는데 환자집에 가지마라

코로나인데 어딜 나가노

아기데리고 환자집에 가지마라


하셨고

엄마 말 안듣는 나였지만 그 말에 수긍해서 거의 가질 않았다



한번씩 외할머니께서 전화 오시거나 했을 때



xx아 보고 싶어

xx아 사랑해

늘 니 잘되라고 기도한다 이노무소상아

좋은 남편감 만나 좋은데 시집가라고 기도한다

주여

라고 이야기해주시던 할머니였다


그때는 전화하자마자 말씀하고하셔서

부끄러우며 멋쩍기만 했었는데

문득 그할머니를 보다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외할머니 참좋아하셨을건데

오래 고된 농사지으시면서도 온갖 고생 다하셨는데도 참 고우셨다

얼굴에 깊은 주름도 80이 되어서야 생기셨고

뽀얗고 아름다우셨다 손도 부드러우셨다


다음에 아기 데리고 오겠다는 말 몇번 반복했더니

언제가는 거짓말이라고 하셨던 할머니

그러면서도 미소머금고 계셨던 우리 외할머니


결국 한아기만 두번밖에 못보셨다


낯선 할머니에게서 외할머니의 모습을 찾았다

아니 쫓아갔다

지나가는 할머니들에게서 자꾸만 찾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잘해드릴 수 있을까



병원 퇴원하시고도 댁에서 힘들어하셨다

여러상황도 안좋았고 소변도 잘 안나왔었는데 엄마는 아빠 간병했어야했고 나는 아기를 봐야해서 할머니를 살펴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날 요양원에 두분 같이 가시게 되어서 방문했었다


회를 좋아하셨지만 비싸서 언제가 김밥 말씀하셨던게 생각나서 한번씩 김밥을 사갔었다

그날도 김밥을 사갔다

비싸고 두꺼운 김밥을.


서울에 계신 큰외삼촌과 영상통화시켜드리고 싶어 폰을 꺼냈는데 17프로 남았었다

마치 외할머니의 남은 생처럼..

며칠전 병원 입원하셨을 때 외삼촌이 휴가내고 내려오셔서 간병하셨었다

또 내려오기 힘드실 거 같아 영상통화했는데

할머니할아버지는 땅만 보시고

외삼촌은 눈에 눈물이 고이셨다

울음을 삼키시는지 목이 메어 말씀을 못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가셨다 요양원으로

노부부 같이 한병실에 넣어준다는 말듣고 갔는데

요양원 원장 사모란 사람이 두분 편의 봐드리면 다른 환자들 덜 받게 된다고 소리지르고 난리난리피웠다고 하더라

그래서 급하게 다른 요양원으로 가셨다


구급차에서 배웅하던 엄마에게

니내귀찮아서요양원보내는거제?

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엄마는 아직 그말씀이 사무치는 것 같아보인다


퇴원하고 댁에 계셔서 방문했던 그 날

내가 그때 죽었어야했는데

하며 깊은 한숨 쉬시던 할머니

자식들 힘들게 하고 돈쓰게 한다고 그러셨던거 같다..


요양원 면회도 아기데리고 들어가지마라는 엄마 만류에

방문도 문 너머에서만 했었다

차에 아기 두고 내가 방문했다가 엄마가 방문하시는걸로.

큰외삼촌도 오셨다

도우미 사람들이 힘이 없어 못나오실 줄 알았는데 몸일으켜서 휠체어에 앉으셔서 두분이 나오셨다했다

외할머니가 모자쓰고 마스크 쓰고 계셨었는데 눈앞꼬리에 눈물 고이는 걸 봤다

요양병원 실장이라는 사람이 면회 오래 안된다고 빨리 모셔오라해서 나는 엄마모셔올게요 하고 뛰어나갔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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