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적 종교 체험의 정체 탐구 ④

by 서재원

물질화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

사람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하기까지 수많은 역사, 가치, 기억, 지식, 감정들이 선택을 위한 초석이 된다. ‘나만의 고유한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그 판단은 어떤 관념, 역사, 맥락을 표현하고 있다. ‘취향’도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이 주로 입는 옷은 어떤 관념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티셔츠 한 장에는 산업화, 자본주의, 기술개발, 플라스틱, 편리함 등 다양한 역사와 관념이 혼합되어 있고, 그러한 옷을 입는 현대인은 위의 관념들을 반복하고 있다. 믿음이라는 행위도 배경을 분석할 수 있다. 사물과 세상을 인지하고 각자의 행위를 선택하고 삶을 구조화해 나가는데, 생각은 현실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된다.


메를로-퐁티는 “세계 안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반성이 포착하려고 하는 시간적 흐름 속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모든 사유를 포괄하는 사유는 없다”[7]고 언급했다. 상위인지(메타인지, metacognition) 등 의식 확장 중요성이 대두되지만 시간조차 고안된 개념이고 그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 사유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다. 매 순간 선택을 내리는 의식이 무의식, 잠재의식, 표면 의식, 초월 의식 중 어느 단계에 있든 인간은 물질화된 공간에서 관념 및 개념들을 매개를 통해 표현하며 살아간다. 초월 의식을 통한 의식 확장이 일어나더라도 인간은 현실에 속한 존재며 특정 복식과 관습 및 법 등 일정 문화에 속해져 사회 역사적 맥락을 지니게 된다. 아래 사례에서 종교 체험이 사회 제도 및 현실 상황과 대비되어 긴장감이 발생하고, 물질적 단계에서 조정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비주의는 일반 신자의 믿음을 보호하는 경계를 깨뜨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제한되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일부에게는 성취감을 주지만 그 범위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위험하다. 문자적 의미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보통의 신자가 절대적이라고 보는 교리와 규정들은 우회적으로 해석되거나, 결국에는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기준점으로 사용된다.


특히 수피는 직접 신에게서 유래한 권위와 함께 종교 내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주어진 지식을 주장하였다. 수피들에게는 권리가 있지만-이슬람 전체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한다면-구원에 충분한, 모호하지 않은 원칙들을 믿는 평범한 신자들의 권리도 있다. 이러한 원칙들을 건드리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에 의해 그들의 권리와 믿음은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영적 스승들은 그들의 가르침에 있어 신중했으며, 그들의 교리 일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을 위해 보류했다. 이것이 외부 당국이 수피즘을 의혹의 눈으로 바라본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유지된 외부 종교 당국과 수피 셰이크shaikhs들 사이에 일종의 역동적 긴장이 있었고 통제가 가해졌다. 이슬람 공동체 내 일부 세력이 수피즘을 반대한 것은 신비주의자들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진정한 수피의 길에 대한 소명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따르는 것을 막을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8]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실체적 이원론에 반박하는 양상적 이원론을 주장했다. 스피노자는 신은 다양한 양태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이에 따라 정신과 신체는 같은 실재의 구별되는 표현 양태로 보았다. 그래서 관념들의 질서와 연결은 사물들의 질서와 연결과 같다고 주장했다. [9] 니체는 스피노자의 신체적 관점에 영향받아, 이 세계를 권력 의지로 보고 몸과 자아는 위치 지어진 인공물들이며 특정한 투쟁들, 욕망들, 이해관계들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10] 따라서 몸과 자아가 생산하는 지식은 항상 관점적이라고 분석했다. 인류학자인 탈랄 아사드는 체화된 실천들(언어 사용을 포함하여)이 다양한 종교적 경험들의 전제조건을 형성하는 방식들을 탐구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보았다. [11] 종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어떻게 사회적 제도들과 물질적 조건들에 의존적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2]


스피노자와 니체, 아사드는 물질화된 맥락에서 사유하고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을 논했는데, 스피노자는 양상적 이원론인 일원론적 견해를 통해 나머지 두 학자들보다 정신과 신체를 좀 더 동등한 층위에서 놓았다. 니체와 아사드가 이야기하는 유물론적 분석은 역사와 사회 등에서 인간과 제도, 권력 등의 상호 관계를 기반으로 한 맥락적 관점을 제시한다.




신, 정신, 의미, 상징, 교리, 경전 해석 등 형이상학적이거나 텍스트 위주의 관점에서 유물론적 접근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던 것은, 인간의 다양한 측면이 관측되고 연결성이 인지되면서, 인간에 대한 설명이 보완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역학에 대한 설명이 상징체계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설명하듯이, 인간 신체에 대한 접근, 특히 정신과 신체에 대한 통합적 접근은 앞서 설명하기 어려웠던 종교 체험에 대한 보완적 해석을 제시해 준다.








참고문헌

[1] Vasquez, More Than Belief, 203.

[2] Vasquez, More Than Belief, 206.

[3]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35-56.

[4]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61.

[5] Huston, The World’s Religions, 321-22.

[6] Huston, The World’s Religions, 321.

[7] Vasquez, More Than Belief, 81.

[8]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64-65.

[9] Vasquez, More Than Belief, 45-6.

[10] Vasquez, More Than Belief, 50-6.

[11] Vasquez, More Than Belief, 49.

[12] Talal Asad, “Anthropological Conceptions of Religion: Reflections on Geertz”, Man 18, no.2 (1983): 2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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