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적 종교 체험의 정체 탐구 ⑤ (마지막)

by 서재원

종교 체험의 접근성

모든 사람이 비일반적 종교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 체험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이러한 경험 후에는 인식 확장이나 능력의 생성 등 자신을 다른 위치에서 지각하는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환각은 포유류가 경험하는 일반 현상으로 신경계의 변화가 관찰된다. 또한 인간은 사회, 문화 등의 외부 환경을 신경계의 변화를 통해 내재화하는 작업을 한다. 소속된 사회나 문화가 이러한 초월적 경험이나 관념을 공유하고 있다면 경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초월 경험과 이성적 사고의 양립 가능성

초월 경험과 이성적 사고가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신플라톤주의자이며 신비주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로티노스는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무한한 존재는 지성을 통해서 의식될 수 없다. 무한한 힘을 갖고 있는 존재는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해 있지 않으며, 그런 까닭에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자족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가장 자족적인 존재는 필연적으로 하나이다.’, ‘첫째 것을 의식하게 됨은 학문을 통해서가 아니며, 지성적인 통찰의 행위를 통해서도 아니며, 학문보다도 더 높은 현재성을 통해서이다. 학문의 연역적인 절차는 관조의 완전한 단일성을 폐지하며, 지성적인 통찰 역시, 가령 원리의 용어들 안에서, 다수를 파악한다.’[13]


선불교에서도 관념에서 벗어나 자성을 알아차리는 방법을 통해 깨닫도록 이끄는데, 현대에서 중요시하는 이성이나 합리성의 발달은 직관적 체험과는 양립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름 짓고 구분하며 설계하는 사고는 이원성을 바탕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심화되는데, 국지적인 시각으로 이끄는 부분적 개념을 통해서는 현재성, 즉각성, 실존으로 경험되는 통합적 경험이 어렵다.


지성과 직관의 양립적 모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분류가 필요한데, 이는 이후 글들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현대 경험의 강도

현대에는 다양한 관점이 생겨나고 공존한다. 새로운 문화나 관점에 노출되면 기존 질서, 관념, 현상은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닌, 즉 유일한 답이 아닌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위치가 변한다. 시장주의,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우연적이며 휘발성인 의미나 정보들이 빈번하게 교류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현대에는 종교나 영성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획득할 수 있고, 다양한 근거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게 분석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초월적 경험이나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해석이 넘쳐나기 때문에 특정 경험을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나 문화를 선택하기까지 끊임없는 검증의 과정을 거칠 것이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현대인의 특성이 경험의 강도와 맥락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경험은 누적된 사건과 믿음, 그것에 맞춰 편성된 신체 반응 등으로 강도가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현대 개개인의 경험 강도와 경험의 의미, 지속성 등은 과거 연결성이나 누적성이 주로 개인의 선택과 개인 단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과거보다 약할 수 있다.




종교는 각자의 우주관, 세계관, 인간관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관점 위에서 종교 체험은 수용된다. 갑작스러운 비일반적 체험은 종교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종교에 속해 있다면 그 종교에서 추구하거나 서사에 포함되어 있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종교나 그 사회나 단체에 존재하는 믿음, 세계관, 맥락 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현실적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우연히 또는 의도해서 일어나는 비일상적 체험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또는 어떤 비일상적 종교 체험을 원하는지 미리 고려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종교의 가치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더 잘 알 수 있다. 무한한 사랑이나 삶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남 등 각 종교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와닿는지는 경험을 통해서다.





'신비적 종교 체험의 정체 탐구 ①~⑤' 전체 정리

인간의 다른 경험과 구별되는 측면에서 비일상적 종교 체험을 정리해 보았고, 이성의 발달로 직관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대에 이러한 범주의 경험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어떻게 접근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인지과학에서 신경학적인 접근법을 통해 경험이 뇌의 실제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을 넘어서, 초월적 존재에 대한 실재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고, 인간의 일상적 감각 범위 내에서의 활동이나 작용만 인간에게 유효하고 개발 가능하다고 보는 한정적 관점을 넘어서, 미 규정된 인간 의식과 신체 그리고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던 특정 경험이 현대에는 어떤 의미로 재조명될 수 있을지 여러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역사적으로 비일상적 종교 체험은 인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축이 되기도 했다. 다가올 위기와 인류의 방향성을 따져보는데 인간에 대한 한정된 시각을 넘어선 집중적이면서도 열린 접근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참고문헌

[1] Vasquez, More Than Belief, 203.

[2] Vasquez, More Than Belief, 206.

[3]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35-56.

[4]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61.

[5] Huston, The World’s Religions, 321-22.

[6] Huston, The World’s Religions, 321.

[7] Vasquez, More Than Belief, 81.

[8] Huston, The World’s Religions, 264-65.

[9] Vasquez, More Than Belief, 45-6.

[10] Vasquez, More Than Belief, 50-6.

[11] Vasquez, More Than Belief, 49.

[12] Talal Asad, “Anthropological Conceptions of Religion: Reflections on Geertz”, Man 18, no.2 (1983): 250-52.

[13] 프리도 릭켄(Friedo Ricken), 『릭켄의 종교철학』, 이종진 옮김(서울: 하우, 2010), 577.

[14] Vasquez, More Than Belief, 114.

[15] John L. Esposito, Darrell J. Fasching, Todd T. Lewis, World Religions Today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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