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2026)

영화 리뷰

by The Seoul Cinema Scene

평점: 4 / 5


지난해 영화제 순회 과정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이 마침내 국내 극장에 개봉했다. 비록 이제 막 1월에 들어섰지만, 《광장》은 올해가 끝날 무렵 나의 ‘올해의 한국 영화 베스트 10’ 안에 충분히 이름을 올릴 작품이라는 확신이 든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장편 애니메이션이 정식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영화제에서의 성공적인 행보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광장》을 일반 관객들이 마침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는 이 영화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접했고, 예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받았다. 작품의 중심에는 스웨덴 외교관과 북한 교통안내원 사이의 금지된 사랑이 자리한다. 평양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단순한 고립의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는 모든 관계 위에 끊임없는 긴장을 드리우는 존재로 기능하며, 그 압박감은 인물들의 모든 상호작용에 스며든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잠시 스쳐가는 온기의 순간들은 더욱 위태롭고 값지게 느껴지며, 이야기에는 분명한 감정적 긴장감이 형성된다. 공적인 경직성과 사적인 친밀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영화는 가장 빛난다.


러닝타임은 74분으로 비교적 짧지만, 각 장면이 충분한 밀도를 지니고 있어 서사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영화의 이미지들이 북한 내부에서 촬영된 실제 영상 위에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영상 중 일부는 평양을 방문한 IGOBart의 바트(Bart)가 촬영한 것으로,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에는 쉽게 얻기 힘든 현실감과 촉각적인 질감이 살아 있다. 이는 관객에게 좀처럼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을 들여다보는 드문 창처럼 작용한다.


독특한 배경을 넘어, 《광장》이 지닌 가장 큰 힘은 그 중심에 놓인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정치적 이미지로만 소비되어온 공간을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통해 다시 바라보게 하며, 국제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억압적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사랑과 우정, 그리고 공동체의 감각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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